​강대강 당청관계, 박근혜 대통령 탈당도 불사할까?

2015-06-03 14:47
청와대, 유승민 등 비박 지도부에 불만 '부글부글'… "박 대통령 탈당 언급보도 논평할 가치 못느껴..."
새누리당 '청와대 당청회의 회의론'에 메르스 관련 긴급당정청회의 소집 요구…청와대 반격 나서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정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여야 정치권을 강도높게 압박하고 나섰고, 청와대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고위 당정청 협의를 무기한 보이콧하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지난해 7·14 전당대회 다음날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당이 공격하면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새누리당이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여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탈당 언급 보도에 대해 “논평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새누리당이 야당과 함께 국회법을 재의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결국 당청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박 대통령이 탈당 결행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수습이다.

만약 8일부터 시작되는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쏟아져 부적격 여론이 높아지고 급기야 황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박근혜정부의 단골 악재인 인사 참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된다. 황 후보자가 상처뿐인 영광으로 총리직에 앉게 되더라도 박 대통령의 정치개혁 드라이브 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 자명해보인다.

특히 정부의 초동대처 미흡으로 확진확자 30명 발생, 격리 대상자가 1300여명을 넘어서는 등 국가재난 수준의 비상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국민적 공포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0% 국정지지도를 등에 업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탈당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여론전은 제2의 세월호참사에 비견되는 메르스 사태에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연일 ‘책임론’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렸던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 당 지도부는 3일 메르스 대응을 위한 긴급 당정청 회의 개최를 요구하며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반격에 나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측에서 '당청협의 회의론'이 나온 데 대해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김무성 대표도 이날 서울대 강연에서 "좀 의견이 다르다고 회의를 안한다?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청와대를 꼬집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청와대와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병기 비서실장을 통해 공무원연금법 처리가 안되도 좋으니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하지 말라는 뜻을 원내지도부에 전달했지만 당 내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취지 언론보도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이 비서실장이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기 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는 당청갈등과 여당 내홍을 봉합할 대안인 야당과의 재협상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로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이를 수용해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 절차를 밟지 않고 법안을 자동 폐기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청 관계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겠지만 여야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면서 향후 정국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어떤식으로 결론이 나든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둘 중 한 사람은 큰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