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앞으로 하나은행 고객이 외환은행 지점에서 입금·지급 등 기본적인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직원 겸직을 대폭 허용하고 업무위탁 금지를 최소화해 연계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일 서울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된 국내 9개 금융지주 전략담당 임원과의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신용위험 분석 및 평가 등 이해상충 방지 등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직원 겸직을 대폭 허용하기로 했다.

또 업무위탁 금지를 최소화해 연계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입금 또는 지급업무 위탁을 허용해 부산·경남은행과 하나·외환은행 등 지주 내 투뱅크인 경우 고객에 대한 통합 입금·지급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일수 BNK금융지주 상무는 "현재 자회사 간 업무 위·수탁이 가능하지만 본질적 업무에 대해서는 제한돼 있다"며 "업무 위·수탁을 허용하면 자회사에 대한 위험전이나 이해상충 발생보다는 고객들이 하나의 은행처럼 이용할 수 있는 편리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한국 JB금융지주 상무 역시 "예금잔액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 역시 계열 은행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행령을 고쳐 계열 은행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통장 이월도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한 몸으로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계열사 간 정보제공 절차 규제를 합리화해 다양한 방식의 고객정보 제공내역 통지방법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계열사 간 고객정보 제공 시 고객에게 문서나 이메일 등으로 알렸지만 앞으로는 인터넷뱅킹 접속 시 팝업창으로 고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해외시장 진출 시 자금지원이나 인력 파견 등 걸림돌이 되는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시 담보확보 의무를 줄여주거나 해외법인에 대출뿐만 아니라 보증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지주 임원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인수·합병(M&A)이나 비은행 자회사와의 복합진출 등 다양한 형태의 해외진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시 직접자금지원만 가능하며 보증은 불가능하다"며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자회사 보증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금융 측면에서 보면 대출이나 보증이나 다를 바가 없다"며 "논리적으로 볼 때 보증도 허용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핀테크와 같은 신사업 투자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도록 금융·실물 융합 업종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지난해 초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로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영업목적의 고객정보 공유가 금지된 것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경섭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은 "자동차 사고가 났다고 사고방지책 강구보다는 차를 못타게 한 것과 같다"며 "그동안 고유식별번호 암호화 등 강화된 시스템을 갖췄으니 고객편의 차원에서 영업목적의 정보공유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영업목적 고객정보 공유 금지는) 고객정보보호를 소솔히 했던 금융사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페널티를 준 것"이라며 "그동안 금융지주별로 개인고객정보에 대한 많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개정된 금융지주법이 시행된 지 6개월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금융지주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가져가야 하고 점차 완화하겠지만 정보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쌓여야 한다"며 "국민들의 신뢰를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을 평가해 점차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만들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