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채널고정] 마지막회 앞둔 '풍문으로 들었소' 무엇을 남겼나…재벌가의 드라마적 속살 엿보기
2015-06-02 16:52
‘아내의 자격’은 “내 자식만은 세상의 갑이 되기”를 원하며 사교육을 위해 강남에 입성한 중산층 부부를 통해, ‘밀회’는 상류층인 줄 알았지만 실은 허울 좋은 노예였던 중년 여성과 상류층의 위선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의 불륜을 통해 갑과 을을 관찰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조금 더 노골적이다. 초일류 집안 아들 한인상(이준)과 서민 가정 딸 서봄(고아성)의 혼전 임신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채로 계급 상승에 대한 을의 욕망과 초상류층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드라마 전반에 짙게 깔린 블랙 코미디는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현미경 쯤 된다. “오직 일류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야”라고 말하는 자신에 자아도취 하다가도 “요즘은 직급이니 재산이니 뭐니 해서 죄다 에스컬레이팅돼서 도무지 변별이 안 된다”며 몸서리를 치는 한정호와 유명 역술을 소개해달라는 친구에게 “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느냐”며 고상을 떨더니만 이내 갖고 있던 부적을 들켜버리는 최연희의 모순적 대사는 상류층의 이중성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갑만이 아니다. 거대한 시댁에도 기죽는 법이 없이 자존심을 지켰던 서봄이라 갑질에 재미를 붙여가는 그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다. 사돈의 경제력에 기대기 시작하는 서봄 식구들의 모습은 비겁한 속물근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을 중의 갑을 꿈꾸는 양 비서(길해연)는 상류층에 손가락질과 선망을 동시에 보내는 서민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을과 갑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나눴던 여타의 드라마와는 길을 달리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신념 사이에서 충돌하는 인상과 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새로운 갑 혹은 새로운 을의 모습을 풍문으로라도 확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