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짓돈' 특수활동비 대책마련 나선 여야...나쁜 관행 개선될까

2015-05-31 15:47
국회 주요 직책 맡은 39명에 특수활동비 지급…올해 예산 84억 배정
국정원 '묻지마' 특수활동비 4800억원…정부부처 중 최고

이른바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를 국회의원이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이른바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를 국회의원이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대책단(TF)을 꾸려 매주 회의를 진행 중이다. 국회의장실과 국회사무처도 특수활동비 대책회의를 열고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특수활동비, 왜 쌈짓돈 됐나

특수활동비는 월급처럼 현금으로 나오며, 일단 받으면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예산 심의·감사 대상도 아니다. '국회의원 쌈짓돈'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의 경우 특수활동비는 국회 주요 직책을 지닌 인사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총 39명에게 지급된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2명,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18명, 특별위원장 10명, 국회 사무총장·도서관장·예산정책처장 등 장차관급 공무원 7명이 대상이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는 여당 원내대표는 매달 50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급받으며, 상임위원장이나 각종 특위 위원장은 대략 한달에 600만원 선이다. 올해 책정된 예산만해도 83억9817만원에 달한다.

물론 특수활동비가 국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수활동비는 국회뿐 아니라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 법무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 정부부처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 예산이 배정되는 곳은 국정원으로 2015년에만 4782억3600만원에 달한다. 통일부와 법무부도 각각 19억6600만원, 279억4000만원을 지급받고 사용 내역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대책 마련 나선 국회...'사적 유용' 봉쇄책 마련할까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점이 공론화된 것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특수활동비를 사적 용도로 썼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야는 너도나도 대책을 찾겠다고 나섰지만, 현재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안 마련에 적극적인 쪽은 야당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과 관련해) 특별하게 진행하는 것은 없고 김무성 대표가 카드 사용을 제안했다"며 "TF를 구성한다든가 하는 얘기는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대변인은 이어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가 마련하는 세부안과 야당안이 나오면 그것을 가지고 우리 당에서 의견을 주고 그렇게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의화 의장은 국회사무처에 대책안 검토를 지시했고, 국회의장실과 국회사무처는 지난 21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첫 회의에서는 △기획재정부를 통한 관리·감독 프로세스 마련 △공공기관 규칙 내 공적 목적 사용 명문화 △선별적 영수증 첨부 등의 대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은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대책단(TF)을 구성, 지난 27일 1차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TF는 6월 중 개선안 발표를 목표로 매주 회의를 열 예정이다.

TF는 일단 '편성의 최소화'와 '집행의 투명성 강화'라는 두 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특수활동비 편성을 최소화하고, 사용 시 증빙서류 제출 등을 의무화해 투명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TF는 우선 지난해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윤리실천특별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 법은 같은 당 의원 125명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제13조 '국회의원 활동비용 공개' 조항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용을 일반에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원은 배정받은 활동비의 사용 내용을 국회의장에게 항목별로 제출하고 의장은 이를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TF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국회의원 윤리실천특별법'에 웬만한 내용은 거의 다 들어있다"며 "1차 회의에서는 일단 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고 추후 논의를 통해 이 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명되면 법안을 강화하거나, 다른 제도적 방법을 찾아 더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처를 공개할 경우 특수활동비의 존립 근거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를) 가급적으로 업무추진비로 돌리되, 불가피한 경우가 있으니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일차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정부 특수활동비도 최소화해 나가겠다는 게 TF의 방향"이라고 전했다.

여야가 국회 특수활동비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관에서 사용하는 특수활동비도 점검하기로 한 만큼, 특수활동비 문제는 국회 규칙을 다루는 국회운영위원회를 넘어 내년도 예산 심사 전반의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