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국내 2위 위상 흔들...물동량 인천항에 내줄 판

2015-05-28 13:14

전남 광양항[사진=이소현 기자]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부산항과 함께 국내 항만 양대축을 형성한 전남 광양항이 최근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는 인천항의 급신장으로 국내 2위 항만 자리를 내줄 처지에 놓였다.
광양항은 부산항과 인천항의 물동량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등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FTA 타결 등에 의해 대중국 무역이 늘어나고 수도권·충청권이라는 물류거점을 지닌 인천항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광양항의 3위 항만 추락은 현실화되고 있다.
28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을 분석한 결과, 부산항은 1865만2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 분)로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75.4%를 차지했다.

이어 광양항은 233만6000TEU로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9.4%를 차지해 2위를 기록했고, 인천항은 233만5000TEU로 1000TEU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부산항 5.5%, 광양항 2.3%, 인천항 8.0%로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이 급신장했다. 다른 항만 물동량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대조를 이룬다.

2012년까지 하더라도 광양항은 215만4000TEU를 처리해 인천항(198만2000TEU)과 비교해 17만TEU가량 많았다. 인천항은 만년 3위 항만이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광양항 228만4000TEU·인천항 216만1000TEU) 양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해양수산부가 예상한 올해 광양항과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도 각각 250만TEU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다행인 점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광양항의 누계 물동량이 76만5000TEU인데 반해 인천항은 73만5000TEU로 광양항이 3만TEU가량 앞섰다.

문제는 연장 1600m의 인천신항의 6선석이 본격 운영되는 오는 6월부터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항만업계에서는 올해 또는 내년에 인천항이 광양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항만공사가 컨테이너 전용부두로 올 6월 부분 개장되는 인천신항을 황해권 거점 항만으로 육성할 계획이어서 부산항과 함께 '투포트'로 자리했던 광양항의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신항은 서울 등 수도권과 1시간 거리인 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을 가까이 둔 장점이 있다.
해외 선사들이 인천신항을 이용하면 우리나라 남부권 항만에 컨테이너를 하역한 뒤 트럭으로 수도권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과 운송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인천항은 오는 6월부터 미국을 오가는 6800TEU급 미주노선(CC1서비스)을 취항키로 함으로써 부산항이나 광양항을 통하지 않고도 미주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광양항의 수도권 화물 유치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지원 중단도 광양항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광양항은 초대형 선박의 원활한 하역작업을 위해 24열 대형 컨테이너크레인 설치를 위한 정부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등 항만 관련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남도가 오는 2018년까지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목표로 설정한 300만TEU를 달성할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배후부지와 도시접근성 면에서 인천항이 광양항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어 인천항에 2위 자리를 내줄 처지에 놓였다"며 "대형 글로벌 선사를 타깃으로 설정해 수출입 및 환적 컨테이너 물동량 확보를 위해 관련기관과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통합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