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發 남유럽 좌파시대 "경제 불안이 정권 바꾼다"…스페인·포르투갈 가세
2015-05-27 13:57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남유럽에서 일고 있는 좌파 물결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연금 삭감, 무상 복지 축소 등 각종 긴축 정책에 해당국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 결과다.
좌파 정권 득세는 남유럽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유로존 분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해 국내의 주식·채권·외환시장에도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 그리스發 남유럽 좌파 시대…스페인·포르투갈 가세
반긴축 좌파를 향한 지지는 스페인 지방선거로 이어졌다. 최근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이 참여한 좌파 연합이 총 57석 중 20석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좌파 연합은 2011년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에 항의한 ‘분노하라’ 시위를 이끈 지도자들이 모여 만든 세력이다. 반면 긴축 정책을 추진한 집권 국민당(PP)은 2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오는 9~10월 총선을 앞둔 포르투갈도 ‘긴축 반대·세금 감면·임금 인상’을 약속한 사회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사회당이 집권한 뒤 그리스의 시리자처럼 재정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단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구제금융 중단과 ‘포렉시트(Porexit·포르투갈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
남유럽에서 좌파 정권이 기를 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극우 정당이나 극좌 정당이 부상한다. 금융 전문가는 “실업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극우나 극좌 정당의 지지율이 1%포인트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인의 실업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 상승해 17.87%(2009년)에서 지난해 24.46%까지 올랐다. 실업률이 오르는 동안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1∼201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리스의 경제 흐름도 비슷했다. 지난해 그리스의 실업률은 26.56%로 2013년(27.52%)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2008년 7.80%에서 18.76%포인트 증가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지난해(0.75%)를 빼고 2008년(-0.40%)부터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포르투갈의 지난해 실업률(13.90%)도 10%를 넘었다. 2008년 7.60%에서 꾸준히 상승한 수치다.
급진좌파의 약진으로 인한 회원국의 유로존 이탈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 지형을 뒤흔들 수 있다. 유럽 실물경제 악재에 따른 유로화 약세는 한국 주식·채권·외환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