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꽃보다 거름 되고파” 송기호 에버온 대표는 누구?

2015-05-27 13:48

카셰어링 시티카 송기호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국내 최초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기업 에버온의 송기호 대표(54)는 1988년 LG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인 LG CNS에 입사했다. 한국외대 영어학과 출신으로 문과생이었지만 IT계열사에 발을 디뎠다. 당시 고객과 커뮤니티를 중시한 회사 방침에 따라 전공불문으로 신입들을 선발한 덕분이었다. 유통, 물류, 서비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업무를 담당하며 24년간 장기 근속했다.

그는 지난 2012년 LG CNS의 자회사 에버온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전기차 카셰어링 ‘씨티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씨티카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LG CNS에서 맡았던 업무보다는 작은 규모의 사업이지만 송 대표의 고민거리는 더 늘었다. 그가 가는 길이 ‘첫 번째 길’이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고민은 두 배가 됐지만 재미도 두 배”라며 “전기차, 카셰어링 등 처음으로 만들어가는 사업에 대한 재미와 보람이 없었으면 이 나이 먹고 무슨 고생인가 싶었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씨티카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LG그룹은 완성차 빼고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것을 다 만든다고 할 정도로 자동차 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전기차 카셰어링도 아직 큰 수익으로 연결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기차 시대를 맞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송 대표는 “무엇보다 LG그룹의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사업은 B2B이지만 씨티카는 유일하게 고객을 직접 대하며 전기차의 미래를 그려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카셰어링 시티카 송기호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전기차라는 미래 자동차의 특성상 개별 업체의 역량보다는 법과 제도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송 대표는 전기차 리더스포럼 상임위원으로 포럼에도 참석한다. 학자, 공무원, 업계관계자들과 만나 전기차 활성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같은 목소리로 정부에 건의도 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한지 두 돌은 맞은 씨티카에 변화가 찾아왔다. 송 대표가 직원들에게 ‘삶의 균형’을 주문한 것이다. 설립 첫해는 송 대표를 비롯해 에버온 직원들은 ‘월화수목금금금’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올해는 휴가도 쓰며 재충전하는 시간도 마련하고자 한다. 곧 서울 상암동으로 사무실 이전도 앞두고 있다.

또 송 대표는 설립 초기 앞에 나서서 의사를 결정하는 일이 많았지만 올해는 한발 짝 물러서서 지켜볼 예정이다. 그는 “조직에서 실무자들에 권한을 늘려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엠파워먼트(empowerment)가 필요하다”며 “리더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똑똑한 직원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홀로 화려한 꽃보다는 든든한 거름이 되고 싶다. 그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10배 이상 힘들지만 씨티카를 통해 전기차의 가능성을 봤다”며 “씨티카 1대 대표로 개인적으로 꽃피우기보다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거름이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