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변의 정치학] 김무성·문재인, 노건호 발언 파장에 엇갈린 희비…왜?
2015-05-26 17:27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42)씨의 작심 발언 이후 여야 대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건호씨로부터 면전에서 비판을 당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인배’ 이미지를 얻으면서 지지층 결집의 판을 마련한 반면, ‘친노(친노) 패권주의’ 논란에 휘말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모양새다. 건호씨는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김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金 ‘피해자’ vs 文 ‘가해자’…이미지 정치 득실
발언의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가해자 대 피해자’ 구도로 판이 짜일 경우 전통적인 유교사상을 중시하는 국민 정서 탓에 정치적 득이 후자에게 쏠린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문전박대를 당하고도 ‘대인배 이미지’로 일관하는 것은 ‘맏형 이미지’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1997년 대선(80.7%)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2012년 대선(75.8%) 당시 50대와 60대의 투표율은 82.5%와 80.9%에 달했다. 2030세대의 투표율이 60% 후반에서 70%로,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음에도 고령층이 강한 결집력을 보인 것이다.
이후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도 대구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물세례 등을 맞았다. 1노3김(一盧三金) 구도였던 1987년 대선이 지역주의 선거로 전락한 결정적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구·경북의 노태우와 부산·경남의 김영삼(통일민주당), 호남의 김대중, 충청의 김종필(공화당) 후보 등이 특정 지역을 철저히 독식하자 특정 대상에 대한 극한 혐오정서가 대선판을 휩쓴 셈이다.
◆급기야 ‘노건호 출마설’까지…野 ‘곤혹’
건호씨 발언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이어 연달아 물세례를 당했다. ‘호남 대 비호남’ 구도로 재편한 정국에 부산·경남 보수세력과 중도층이 비노(비노무현) 연대를 형성하면서 극심한 지역주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부산·경남 출신인 문 대표의 등장으로 제1야당의 영남권 지지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영남권=여권 텃밭’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5월 셋째 주 지역별 정당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부산·경남·울산에서 새누리당은 51%를 기록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22%에 그쳤다.
전체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3%, 새정치연합 22%로 집계됐다. 이 지역 대통령 지지율은 46%로, 부정평가(42%)보다 4%포인트 많았다. 박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은 39%, 부정평가는 51%였다. 2012년 총선 당시 문 대표의 야심 찬 프로젝트였던 ‘낙동강 벨트’가 사실상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문제는 문 대표의 수습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체와도 같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을 비판하면, 야권 지지층 분열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반대로 두둔할 경우 보수층뿐 아니라 수도권·40대·화이트칼라 등 전통적인 무당파의 지지를 실기하게 된다.
문 대표가 삼 일째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노건호 차기 총선 출마설’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건호씨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에 뜻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문 대표가 위기수습에 손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호씨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발언은 물론,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이 재점화된다면, 향후 정국은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로 이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문 대표의 고강도 수습책인 혁신기구 구성과 희망스크럼 등의 시너지효과는 반감될 전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건호씨 발언과 관련해 “적절한 장방시(장소·방법·시간)에 부합하지 않았고,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박정희와 박 대통령, 일부 김영삼 전 대통령 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선을 확보했지만, 문 대표는 통합의 상징적 자리에서 뺄셈의 정치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