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앵그리맘' 김희선 "20년째 재발견되는 배우…와인처럼 숙성된 연기 보여드릴래요"
2015-05-26 07:10
지난 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연출 최병길)은 한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된 딸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 고등학생이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딸을 폭력에서 지켜내는 과정에서 마주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통쾌활극이다.
김희선은 '앵그리맘'에서 오아란(김유정)의 엄마 조강자를 맡아 열연했으며 시청자는 김희선의 재발견이라고 호평했다.
"'김희선의 재발견'이라는 말이요? 저는 20년째 재발견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최영인 CP님께 '희선이의 시작인가?'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물론 기분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항상 열심히 했고,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항상 '재발견'이라고 하니까 뭔가 서운했던 거죠. 그래서 언니한테 '언니, 나는 재발견 20년 째에요'라고 답장을 했어요. 그런데 언니한테 온 문자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건 좋은 거야. 어쨌든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는 거잖아' 와인이 익으면 익을수록 맛도 좋고 향도 좋은 것처럼 저도 그런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요"
2007년 10월 연상의 기업인 박주영 씨와 결혼한 김희선은 벌써 7살 난 딸 연아가 있다. 공백기를 갖고 돌아온 유부녀 김희선은 청순가련 캔디걸 캐릭터를 고집하지 않았다. 2014년 KBS2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 사투리를 내뱉었고, 억척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예쁨을 포기했다. 극 초반 사투리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그녀의 연기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후 그녀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앵그리맘'이다. 사회문제를 정면에서 꼬집는 '앵그리맘'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알림과 동시에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부실공사를 지적하고 있다.
'앵그리맘'에서 학교의 비리인 부실공사로 조강자의 남편 오진상(임형준)이 숨지게 되는 끔찍한 장면을 촬영할 때에는 동시에 네팔 지진 소식이 맞물렸다.
김희선은 항상 시끌벅적하던 촬영장이 그날만큼은 조용했다며 입을 뗐다. "학교 붕괴사건이랑 맞물려서 네팔 지진 사고가 터졌어요. ''6000명의 사상자가 나왔네, 더 추가로 피해를 입었네' 이런 소식이 들리고, 소방차와 경찰차까지 동원된 촬영이다 보니까 기분이 진짜 이상했어요"
드라마 내에서 학교 비리를 저지르는 홍 회장과 부하들을 처단하랴, 딸을 폭력으로부터 지키랴, 학교에 고등학생으로 잠입해 수업들으랴, 쉴 틈이 없던 김희선. 후반부를 촬영할 때에는 어떻게 임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대본이 공모작이지만 16부까지 완성된 대본은 아니었어요. 다시 다 수정한 것이고, 사실 작가님이 들으시면 기분 상하시겠지만 현장에서 완성된 게 50%에요.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면 감정 연결이 튀는 부분을 스스로가 캐치하게 돼요. 그래서 이것저것 요구하고 수정도 많이 했죠. 그런데 마지막 2주는 수정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이틀 사이에 60신 이상을 찍어야 했는데 이동하는 시간에 조금 눈 붙이고, 3일 밤을 새우니까 나중에는 헛소리도 하더라고요"
'20년째 재발견'이라는 말이 서운하지만 이제는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김희선은 앞으로 더 넓어질 연기 스펙트럼을 기대해달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한정된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배우 김희선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