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공공기관 갑질 근절 ‘공공건설 거래행태 개선’ 건의
2015-05-25 11:02
건설경기 활성화 위해 ‘민간투자 사업대상 포괄주의’, ‘한국판 그랜드 바겐’ 도입 등도 건의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5일 공공기관의 일방적 거래행태 개선방안과 건설경기 활성화 과제를 담은 ‘공공건설 공사의 애로실태와 정책과제 건의문’을 발표했다.
건의문에서 “건설업은 연관산업이 많고 고용유발효과가 크지만 인구고령화, 부동산시장 성숙에 따라 큰 고비를 맞고 있다”며 “건설산업이 한 단계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과당출혈경쟁 자제, 담합행위 근절을 비롯한 업계의 혁신노력 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법제도 준수와 거래행태 개선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건의문에 따르면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는 국내 건설시장의 40%(수주기준)를 차지중이다. 하지만 일방적 거래행태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의는 “공공건설 특성상 예산절감을 우선하다보니 직접공사비에도 못 미치는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대형공사의 경우 지나치게 낮은 공사비로 적자감수가 예상되며 대형계약이 유찰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한상의가 관급시장에서 일방적 거래행태를 경험한 16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공공발주기관의 무리한 거래행태 유형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불합리한 계약체결을 겪은 기업이 37.0%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합의사항 미준수(33.4%) △계약에 없는 부담요구(29.3%) 등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불합리한 계약체결로는 과도한 책임부과가 34.7%로 가장 많았고 △원가에도 못미치는 공사비 책정(26.4%) △클레임 제기권리 제한(19.4%) △적정수준을 넘은 품질보증의무(13.9%) 등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관급시장에서 턴키·기술제안 등 기술형입찰의 경우 발주기관의 인위적 공사비삭감·예산책정 등으로 수익성이 없어 유찰된 공사가 20건, 2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주 건수의 64.5%, 전체 금액 대비 58.5%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같은 공공건설 부문의 일방적 거래행태 개선을 위해 공공건설사업시 발주기관의 법제도 준수현황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
‘공공건설사업 법제도 준수현황 공개제’란 관급공사 발주기관별로 법·제도 준수 현황을 공개하고 기관평가시 그 결과를 반영토록 한 것이다. 실례로 미래부는 공공SW사업시 선진 발주문화 정착을 위해 108개 공공기관의 SW사업관련 법제도 준수율을 공개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기관 업무평가의 측정지표로 반영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공공SW사업 법제도 준수율 공개처럼 공공건설 사업에도 법제도 준수현황을 공개·모니터링하고, 정부·공기업 평가항목에 계약이행의 성실성, 건설사와의 분쟁여부를 반영한다면 관급시장에서의 일방적 거래행태 개선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어 대한상의는 공공건설의 제값 주고받기 풍토 조성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나친 저가낙찰을 방지하기위해 종합심사낙찰제 개편을 추진중에 있으나 업체들은 입찰이후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내부지침이나 특약을 통한 설계변경 단가 하향적용, 산업안전관리비 전가, 공사기간 연장의 추가비용 불인정 등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상의는 “부당한 단가삭감을 담은 내부규정을 폐지하고, 건설사에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공기연장 등에 따라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는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도록 기재부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분쟁 해결제도 개선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 현행법은 분쟁해결제도로 소송과 중재를 선택할 수 있으나, 대다수 공공기관이 중재보다는 소송을 택하는 실정이다. 대한상의는 “무분별한 소송과 상급심 진행으로 분쟁이 장기화되어 건설사는 사업지연, 대금미지급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신속 진행되고 법원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중재제도가 좀더 활발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의 분쟁해결 조항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대한상의는 공공건설 거래행태 개선방안 외에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민간투자 대상시설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열거주의는 민간의 창의적 제안을 막고 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며 “금지된 것만 명시하고 그 외는 모두 허용하는 포괄주의로 변경하여 민간투자 대상의 폭을 넓혀 줄 것”을 제안했다.
이어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해외건설 수주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공사 입찰담합 제재는 대외신인도 저하 등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영국의 그랜드바겐을 참고해 위반행위를 일괄 조사하고 조속히 종결하는 ‘한국판 그랜드바겐’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건설경기 활성화는 내수경제 회복에 중요한데 공사 부진과 일방적 거래행태로 인해 업계 애로가 크다”면서 “정부는 공공건설 공사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민간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회는 계류중인 건설규제 개선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