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반기문 주가 급등, ‘대망론이냐, 필패론이냐’…요동치는 대권구도
2015-05-20 17:46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반기문 대망론이냐, 제3세력 한계론이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면서 ‘미래권력’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20일 북한의 반대로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되면서 ‘반기문 대망론’에 정점을 찍지는 못했지만, 반 총장의 몸값은 날로 치솟는 모양새다. 반 총장의 재선 임기는 대선을 꼬박 1년 앞둔 2016년 12월에 끝난다.
특히 반 총장이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충북 음성군) 출신인 데다, 이념·세대·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자 실체 없는 ‘반기문 대망론’이 실체 있는 ‘반기문 현상’으로 진화할 태세다.
하지만 거대 양당구도가 고착된 한국 정치 지형상 제3세력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반기문 대세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반기문, 36.4%로 1위…金·安 ‘머쓱’
2000년대 중반부터 줄곧 ‘대세론’을 형성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4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총장의 경쟁력은 입증된 셈이다.
반면 여야 대표는 체면을 구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2%,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0.3%에 그쳤다. 반 총장이 등장하자 이들의 지지율이 절반가량 하락한 것이다. 진영과 관계없이 지지를 받는 반 총장의 외연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7.8%로 집계됐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4.3%)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3.7%) △안희정 충남지사(2.3%)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2.2%) △남경필 경기지사(1.4%) △원희룡 제주지사(1.3%)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반 총장이 모든 세대와 지역 등에서 타 후보를 압도했다는 점이다. 실제 반 총장은 △20대(41.8%) △30대(34.2%) △40대(34.8%) △50대(35.0%) △60대 이상(36.6%) 등 전세대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았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대전·충청권(45.0%)과 서울(41.2%)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고, △부산·경남권(38.4%) △대구·경북(33.7%) △호남권(33.3%) △인천·경기(32.4%) △강원·제주(25.6%) 등이 뒤를 이었다.
정당 지지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반기문(41.8%) > 김무성(22.8%) > 김문수(8.4%),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선 반기문(33.4%) > 문재인(26.4%) > 박원순(18.4%), 무당파에선 반기문(31.6%) > 문재인(10.3%) > 박원순(9.5%) 등의 순이었다.
◆‘성완종 리스트·관료 출신’ 악재도 산적
문제는 관료 출신인 반 총장이 과연 ‘지지율 신기루’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느냐다. 3김(三金) 시대가 막바지로 치달은 1997년 대선 이후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회창(전 자유선진당 총재) 대세론’, ‘이인제(현 새누리당 의원) 대세론’ ‘박근혜 대세론’ 등이 끊임없이 나왔다.
하지만 ‘이회창 대세론’과 ‘이인제 대세론’은 2002년 대선에서 노풍(盧風·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에 무너졌다. ‘박근혜 대세론’도 2007년 대선 당시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일부에서 ‘대세론’과 ‘필패론’을 등가 시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의 반 총장 지지율은 대망론이나 대세론이 아닌 높은 ‘인지도’에서 나온 수치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관료 출신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외무고시 합격 후 외교관 생활을 줄곧 해온 반 총장이 ‘권력투쟁의 장’인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오를 경우 여야의 ‘송곳 검증’에 항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07년 대선 당시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 고건 전 국무총리는 한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의 주류 세력의 흔들기에 굴복하고 홀연히 정치권을 떠났다.
여기에 최근 정국을 강타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동생 등 가족이 줄줄이 연루된 점도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반 총장이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딛는 순간, ‘성완종 리스트’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망론’과 ‘제2의 고건’ 사이에 있는 반 총장의 대선 전망은 ‘모 아니면 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