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반기문 주가 급등, ‘대망론이냐, 필패론이냐’…요동치는 대권구도

2015-05-20 17:46

데일리한국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반 총장은 36.4%로 타 후보를 압도했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반기문 대망론이냐, 제3세력 한계론이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면서 ‘미래권력’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20일 북한의 반대로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되면서 ‘반기문 대망론’에 정점을 찍지는 못했지만, 반 총장의 몸값은 날로 치솟는 모양새다. 반 총장의 재선 임기는 대선을 꼬박 1년 앞둔 2016년 12월에 끝난다.

특히 반 총장이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충북 음성군) 출신인 데다, 이념·세대·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자 실체 없는 ‘반기문 대망론’이 실체 있는 ‘반기문 현상’으로 진화할 태세다.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스토리’까지 겹치자 일각에선 1980년대 후반 박찬종 변호사를 시작으로, ‘1992년 정주영(국민당)→1997년 이인제(국민신당)→2002년 정몽준(국민통합21)→2007년 문국현(창조한국당)→2012년 안철수(무소속)’ 등 대선정국 때마다 어김없이 분 제3세력의 명맥을 잇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거대 양당구도가 고착된 한국 정치 지형상 제3세력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반기문 대세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반기문, 36.4%로 1위…金·安 ‘머쓱’

데일리한국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반 총장은 36.4%로 타 후보를 압도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사진=YTN 화면 캡처]


2000년대 중반부터 줄곧 ‘대세론’을 형성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4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총장의 경쟁력은 입증된 셈이다.

반면 여야 대표는 체면을 구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2%,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0.3%에 그쳤다. 반 총장이 등장하자 이들의 지지율이 절반가량 하락한 것이다. 진영과 관계없이 지지를 받는 반 총장의 외연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7.8%로 집계됐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4.3%)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3.7%) △안희정 충남지사(2.3%)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2.2%) △남경필 경기지사(1.4%) △원희룡 제주지사(1.3%)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반 총장이 모든 세대와 지역 등에서 타 후보를 압도했다는 점이다. 실제 반 총장은 △20대(41.8%) △30대(34.2%) △40대(34.8%) △50대(35.0%) △60대 이상(36.6%) 등 전세대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았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대전·충청권(45.0%)과 서울(41.2%)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고, △부산·경남권(38.4%) △대구·경북(33.7%) △호남권(33.3%) △인천·경기(32.4%) △강원·제주(25.6%) 등이 뒤를 이었다.

정당 지지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반기문(41.8%) > 김무성(22.8%) > 김문수(8.4%),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선 반기문(33.4%) > 문재인(26.4%) > 박원순(18.4%), 무당파에선 반기문(31.6%) > 문재인(10.3%) > 박원순(9.5%) 등의 순이었다.

◆‘성완종 리스트·관료 출신’ 악재도 산적

문제는 관료 출신인 반 총장이 과연 ‘지지율 신기루’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느냐다. 3김(三金) 시대가 막바지로 치달은 1997년 대선 이후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회창(전 자유선진당 총재) 대세론’, ‘이인제(현 새누리당 의원) 대세론’ ‘박근혜 대세론’ 등이 끊임없이 나왔다.
 

데일리한국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6.4%로 타 후보를 압도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하지만 ‘이회창 대세론’과 ‘이인제 대세론’은 2002년 대선에서 노풍(盧風·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에 무너졌다. ‘박근혜 대세론’도 2007년 대선 당시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일부에서 ‘대세론’과 ‘필패론’을 등가 시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의 반 총장 지지율은 대망론이나 대세론이 아닌 높은 ‘인지도’에서 나온 수치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관료 출신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외무고시 합격 후 외교관 생활을 줄곧 해온 반 총장이 ‘권력투쟁의 장’인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오를 경우 여야의 ‘송곳 검증’에 항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07년 대선 당시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 고건 전 국무총리는 한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의 주류 세력의 흔들기에 굴복하고 홀연히 정치권을 떠났다.

여기에 최근 정국을 강타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동생 등 가족이 줄줄이 연루된 점도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반 총장이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딛는 순간, ‘성완종 리스트’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망론’과 ‘제2의 고건’ 사이에 있는 반 총장의 대선 전망은 ‘모 아니면 도’인 셈이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