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다시 큐레이터?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전 기획 화제
2015-05-20 11:12
부천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24일부터 전시
“나는 너무 놀라 되물었죠.
“어디서 미술전시를 하자구?”
“절에서요.”
“뭐라구? 절에서 그림 전시회를 하자구?”
“너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저 멀쩡해요.”
“그러니까 내 화투그림을 법당에 걸어보자는 거 아냐?”
“그렇죠.”
“저는 도무지 믿기질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늦겨울 어느 날 부천으로 찾아갔고, 만났고, 인연을 맺고, 이런 판을 벌이게까지 된 것입니다."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이 오는 24일부터 경기도 부천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배경이다.
조영남도 "그저 놀라웠을 뿐"이라는 신정아의 배짱은 그녀 스스로를 큐레이터로 화려하게 복구 시켰다. 20일 온라인 매체는 신정아가 8년만에 큐레이터로 돌아왔다는 뉴스로 다시 떠들썩했다.
신정아는 2007년 학력위조와 공금횡령, 전 청와대 고위공직자와의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2009년 4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잊혔던 이름이 다시 떠오른건 2013년 9월. 신정아가 종편채널 TV조선이 준비하던 신설토크쇼 ‘강적들’ 공동진행자로 물망에 올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진행자 기용에 대해 안팎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제기되자 신정아의 출연은 전격 취소했다. 방송 노크는 계속됐다. 지난해에는 MBC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 촬영까지 했지만 결국 방송은 불발됐다.
18년전 화가와 큐레이터로 만나 인연이 시작됐다는 조영남은 “이번 일은 신 큐레이터가 근대 한국미술문화사에 길이 남을 요란한 스캔들 이후에 처음으로 시작하는 조심스런 신장개업인 셈"이라고 작가의 글로 밝혔다.
신정아는 "2007년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지면이 주어질 때마다 '신정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모두가 한곳을 향해 가고 있는데, 혼자만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셨다"며 "조영남 선생님의 고마운 마음이 8년만에 나를 다시 큐레이터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신 씨는 기획의 글에 "내 사건 이후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때 내가 그 탤런트를 만나지 않고 너를 만났으면 니가 감옥도 안 갔을 텐데…"라고 써내려갔다.
신정아는 "배려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 남을 배려하는 것이 선생님의 소통법이다. 그런 선생님이 부처님과는 어떻게 소통하실까"라는 호기심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부처님 오신 날과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이 운영하는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설립 20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다.
신정아는 "이번 전시는 결국 이 세상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밝혔다. 십자가를 들고 있는 웃는 부처 조영남의 자화상으로 자비로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스스로 실천하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막상 (영담스님)허락은 받았지만, 법당과 미술의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씨는 "미국 유학 시절 신학대학을 졸업한 조영남 선생님은 그림 속에서 부처님 옷을 입고 십자가를 들고 있다. 불교도 아닌 것이 기독교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천주교라고도 할 수 없는 복합적인 종교에 조영남의 자화상을 그려놓은 작품을 볼수 있다"고 소개했다.
둘의 인연의 끈을 다시 이어준 석왕사 주지이자 (사)부천 이주민센터 이사장 영담스님은 "평소“음악과 미술, 글은 다 한통속이다”라고 주장을 하는 조영남이니 이번에 전시되는 그림에도 부처님과 자신이 한통속이라는 얘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낯설음을 훌쩍 뛰어넘어야만이 이것과 저것이 다르지 않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낯설음이라는 울타리가 와르르 허물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작업한 작품도 선보인다. 개막일인 24일 오후 2시에는 조영남 콘서트가 열린다. 또 6월 13일 오후 4시 조영남과의 대화시간도 마련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032-668-0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