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차이나' 시장 공략...한-인도 CEPA 개정 협상 개시

2015-05-18 17:49
내년 6월까지 CEPA 협상개시…100억弗 패키지 통한 印 인프라사업 참여
인도 ‘메이크 인 인디아’와 우리 제조업 3.0 협력강화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8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키고, 양국 간 무역.투자가 확대될 잠재력을 고려해 기존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한-인도 CEPA는 지난 2010년 1월1일 발효됐으나, 일본 등과 인도가 나중에 체결한 CEPA로 인해 전력 프로젝트용 기계, 금속제품 등 총 15억 달러 규모의 20여개 품목이 일본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어서 양허개선이 절실하다.

한·인도 CEPA에 따르면, 인도의 양허수준은 품목수·수입액 기준으로 85%에 불과하고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지 않은 품목도 13.8%(아세안 약 10%, 기타 FTA 1%) 미만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의 대(對)인도 수출·수입시 CEPA 활용률이 각각 56.3%, 67%에 불과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6.2%), 한·EU FTA(85.3%), 한·칠레 FTA(80.5%) 등에 비해 저조한 실정이다.

양 정상은 인도 인프라 프로젝트에 1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양국은 우선 조선산업과 한국기업 전용공단 조성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선분야 협력을 위해 양국 민관공동작업반을 설치하는 한편, 인도 가스공사(GAIL)가 발주하는 9척의 LNG 운반선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추진키로 했다. LNG 운반선 사업은 1척당 2억 달러, 모두 18억달러(1조9천500억원) 규모다.

또한 양국은 인도 라자스탄주(州) 한국기업 전용공단 조성을 마무리하는 한편, 추가공단 설치도 추진키로 했다. 라자스탄주 전용공단은 30만평 규모로, 인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12개사가 입주하며, 향후 코트라를 통해 추가 입주기업을 모집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한국기업의 인도 인프라 사업 참여를 위해 100억 달러(10조8천6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 사업에도 합의했다.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와 수출입은행이 인도 인프라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의 지원을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10억 달러, 수출금융 90억달러 규모로 금융패키지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현재 인도는 100개 스마트시티 건설(150억 달러), 델리-뭄바이 산업회랑(Delhi-Mumbai industrial corridor, 900억 달러), 철도·고속철 인프라 구축(향후 5년간 1천400억 달러) 등 모두 2천4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계획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100억 달러 규모의 금융패키지 지원 대상은 △철도 등 교통분야 △발전소·전력망 등 에너지 분야 △스마트시티·도시철도 등 도시개발 분야 △기타 양국이 동의하는 분야 중 우리기업 참여 사업 등이다.

아울러 양국은 인프라 협력 강화를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력·신재생 에너지 협력 양해각서(MOU) △해운물류 분야 인프라 확충 및 공동연구 등을 담은 해운·물류협력 MOU를 체결했다.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는 인구 규모가 12억명으로 세계 2위의 내수시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우주항공 분야 등에서 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 또 외교적으로는 비동맹 외교의 맹주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2016년(회계연도는 4월1일~이듬해 3월31일) 인도 GDO 성장률이 7.5%를 기록해 16년만에 중국(6.8%)을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4일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대사로부터 단독 신임장을 받는 등 인도를 외교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양국 실질협력관계를 심화,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서 인도의 ‘Make in India’ 이니셔티브를 환영했다. 모디 총리는 ‘Make in India’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특별한 파트너가 돼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인 제조업 비중을 2022년까지 25%로 늘리는 것이 핵심 내용인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 우리의 제조업 3.0을 연계해 공동투자와 기술개발 등 통해 제조업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먼저 소득이 발생한 국가의 과세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OECD 모델 등 변화된 국제적 추세를 반영한 개정이중과세방지협정 서명으로 배당.이자소득. 사용료 및 기술용역 수수료 제한세율이 최대 20%였으나 10~15% 수준으로 낮춰져 우리 진출 기업의 조세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인도 시청각 공동제작 협졍 체결로 약 83억불에 달하는 인도 영상물 시장에 대한 짗출 기반을 확보하고, 인도 시청각물과 동일한 대우 및 지원사업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력 및 에너지 신산업 협력 MOU 체결로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와 전력IT 등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관련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용이해지고, 인도의 전력공급 니즈도 충족해 양국 상호호혜적 협력 증진이 가능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인도를 변혁하기 위해 추진중인 클린인디아 켐페인을 높이 평가하면서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 클린인디아 캠페인 비전을 달성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특히 인도는 도시의 물과 공기의 질을 개선하고, 천연자원을 보호하는 정책과 기술 도입을 위한 한국의 협력을 요청했다.

양 정상은 또 청정기술, 로봇공학 및 자동화, 전자제품 설계 및 제조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산학연계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우주과학 및 그 응용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1박2일간의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외에도 우리나라 주요 재계 인사들과 만나는 일정 등을 통해 자신이 주창한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와 관련,도로ㆍ건설ㆍ항만 등 인프라 개선과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모디 총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운영중인 1․2 공장외에 제3공장 건설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만나서는 스마트폰 생산을 위한 삼성전자 인도 제3공장 신축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인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참여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현지에 ‘4G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에서 전국 단위 LTE 통신망 구축사업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

모디 총리는 또 구본준 부회장과의 회동에선 LG전자가 현재 운영 중인 가전공장과 별도로 스마트폰 제조공장 신규 설립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준 포스코회장과는 10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인 오디샤주 일관제철소(1200만톤 규모) 건설사업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인도 오디샤주에 13조원을 투자해 일관제철소를 세우는 계획을 추진해왔으나 현지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인해 수년째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모디 총리는 특히 한국의 세계적 조선 산업 기술력을 도입하는 데 관심이 많다.

실제 모디 총리는 지난 8일 인도를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인도는 해변이 2500km로 조선업 발전 여지가 크다”며 “조선 산업에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인도 조선업에 투자해주기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모디 총리는 대표적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과 회동하고 선박 건조 시설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특히 올해 초 인도국영가스회사(GAIL)가 북미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인도로 운송하기 위한 LNG선 9척을 발주하는 입찰공고를 냈으나 응찰 없어서 무산된 바 있는데, 조만간 공고하게 될 재입찰과 관련해 현대중공업의 협조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