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격랑의 남중국해, 미중 한치 양보없는 패권다툼

2015-05-18 11:44
중국 인공섬 조성에 미국 강력반발, 케리 방중해 확연한 입장차 확인
남중국해 찍고 태평양 진출하려는 중국, 봉쇄하려는 미국 치열한 기싸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16~17일 방중은 양국의 남중국해를 둘러싼 첨예한 입장 차이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날카로운 입장차가 확인됐지만, 케리 국무장관은 이틀동안 왕이(王毅) 외교부장,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리커창(李克强)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을 차례로 만나 양국간 소통 채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 국면이 고조되고는 있지만 양국에 의해 충분히 관리되고 있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두고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아세안 다섯국가들과 해상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를 제패해 태평양으로 진출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실효지배하고 있는 도서와 해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베트남, 필리핀의 노력 역시 필사적이다. 이에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일본, 인도가 남중국해 분쟁에 가세해 복잡한 형국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 4개군도, 어떻게 구성돼 있나

◆중국 "남중국해는 핵심이익"

중국은 2010년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했다. 중국의 핵심이익이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익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다면 군사적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뜻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외에도 대만, 티베트, 신장(新疆) 등지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교통요지다. 2011년 기준 하루 540만배럴의 원유가 남중국해를 통해 중국에 유입된다. 미국에 의해 남중국해가 봉쇄된다면 중국의 경제가 붕괴될 수 있으며, 군사작전 능력도 저하된다. 반대로 중국이 남중국해를 봉쇄하면 우리나라는 물론 대만, 일본의 원유수송로와 해상수송로를 막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 이에 더해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향력 하에 두면 대양해군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 해군이 손쉽게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대중 접근능력 저지로 이어진다.

현재 중국은 남중국해에 7개의 인공섬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호초 군락위에 모래와 콘크리트를 퍼부어 인공섬을 만들면, 이 곳을 군사적 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 인공섬 중 한곳에는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가 마련되고 있다.

케리 국무장관은 16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인공섬에 대한 우려를 전했지만 왕 부장의 답변은 그야말로 단호했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의 도서에서 이뤄지는 인공섬 건설은 완전히 중국 주권 범위 내의 일"이라면서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안정을 수호하려는 의지는 확고하며 절대로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벌어졌던 반중시위 모습.[사진=바이두]



◆베트남·필리핀, 미국에 "도와달라"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영유권분쟁을 겪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5개국 가운데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3개국은 분쟁 강도가 약해 대응이 소극적이다.

현재 남사군도에 가장 많은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베트남은 1974년 실효지배하던 서사군도를 중국에 빼앗긴 경험이 있다. 때문에 중국의 확장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급팽창을 혼자 막아내기는 버겁다는 판단에 인도, 일본은 물론 과거 적국이었던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 역시 1995년과 2011년 두차례 실효지배하던 해역을 중국에게 빼앗긴 아픔이 있다. 1992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필리핀은 남중국해에 미국이 다시 개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필리핀에 군사원조를 확대하는 한편 합동군사훈련 역시 강화하고 있다. 나머지 3개 국가는 중국과 중첩되는 해역이 적어 갈등이 약하다. 이에 이들 나라들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과도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신화통신]



◆미국 역시 양보불가 해역

미국은 2012년 국무원 발표문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해역의 안정과 항해의 자유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개입할 의지가 있음을 천명했다. 미국이 내세우는 '항해의 자유'는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때문에 미국은 베트남과 필리핀의 군사적 지원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상에 맞서 나온 '아시아회귀' '재균형' 정책의 핵심지역중 한곳이 남중국해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면 미국 해군이 중국본토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 현재 미국 해군이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의 대중국 정찰활동도 불가능해진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11일 남사군도 인근해역에서 미중 양국의 함정이 근접해 상대방을 감시하며 신경전을 벌인 일이 발생했다. 이어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이 건설중인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군함과 군용기를 보낼것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갈등의 수위가 치솟았다.

케리 장관은 16일 베이징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우려를 표시했다"면서 "중국 측에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적 신뢰를 증진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일본, 인도 역내 영향력 확대 포석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일본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은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가쿠 열도)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게다가 남중국해는 일본에게 해상운송로의 '급소'다.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영향력 확보를 꾀하는 일본 역시 '항해의 자유'를 명분으로 베트남, 필리핀과의 해상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은 베트남과 함께 해상합동훈련을 벌였으며, 지난 6일에는 필리핀과 함께 해상훈련을 진행했다. 일본의 노력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의 일본 재무장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인도 역시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인도 포위정책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인도는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원유 및 가스를 공동 탐사하면서 채취도 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는 별도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관계를 활용해 이들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