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필담] ‘어벤져스2’ 천만영화 등극은 관객의 몫
2015-05-18 11:14
대외적으로는 말도 많았다. 독과점 문제부터, 등장하는 한국 배경이 너무 낙후됐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지만 결국에는 1000만명 이상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선택했다.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국내에서 개봉할 때마다 독과점 논란은 언제나 단골 손님이었다. 지난 2013년 4월 개봉된 ‘아이언맨3’ ‘트랜스포머3’(2011)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등이 물량 공세를 펼쳤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는 무려 1602개 스크린이 배정됐다.
‘어벤져스2’는 1843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수치로만 본다면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지난해 여름 성수기를 점령한 ‘명량’의 1587개보다 높다. 요점은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들이 무턱대고 한 영화에 몰아주기식으로 상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이 될만한 영화에 집중한다. 표현을 ‘돈’으로 했지만 어디까지나 관객의 성향과 취향에 전적으로 기인한다.
예컨대 지난해 6월 개봉만하면 800만 관객은 거뜬하고, 여차하면 천만영화 등극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의 경우가 그렇다. 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평은 극으로 갈렸고, 초반 예매 등 매니아 층 위주의 관람으로 529만 5800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에 만족해야했다.
‘어벤져스2’의 경우 사전 예매인원이 100만명이 넘었으며 경쟁작이 없었다는 점에서 멀티플렉스들이 영화를 밀어준 것은 당연하다. 국내 영화에 대해서는 독과점 문제에 대해 인색하면서도 외화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등장하는 날 선 비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브랜드의 과자 100개를 준비했는데 5개만 팔리고, 10개를 준비한 다른 과자는 8개가 팔렸다면, 가게 입장에서는 100개의 과자를 줄이고, 10개의 과자를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 ‘어벤져스2’와 관련해 영화관들의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적인 논리는 당연하겠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장수’가 그랬다. 최소한 온전한 관 하나를 배정 받아야하지만 ‘퐁당퐁당’ 상영으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좁혔다. 회사에 출근하는 소비자는 아침 시간대에만 편성된 ‘약장수’를 보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약장수’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해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