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박 대통령 순방 계기로 중남미 건설시장 진출 활성화 기대

2015-05-15 15:26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사진=해외건설협회]


박근혜 대통령은 3월 중동 순방 외교에 이어 지난달 중남미의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4개국을 순방했다. 이들 4개국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고 다양한 내용과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사절단이 조성될 만큼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성과 측면에서도 중남미 진출 확대를 위한 견고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시장 변수로 해외건설 신성장 동력 모색이 절실한 국내 해외건설업체들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계기가 됐다.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4개국의 인구는 모두 3억명을 넘어서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신흥시장 평균의 약 2배 수준인 1만달러로 중남미 국가 중 높은 성장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건설시장 규모도 만만치 않다. 이들의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총 3400억달러로 추산되고, 경제성장이 인프라 수요 확대를 창출해 2020년에는 약 48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은 중남미에서 363억달러를 수주했다. 2013년 33억달러를 수주한데 이어 지난해 67억달러라는 역대 최고 수주액을 기록했다. 올해는 칠레에서 12억달러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등 총 41억달러를 수주하며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누계 수주점유율은 전체의 5.2%에 그쳐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진출이 요구된다.

순방 기간 중 방문국 정상들은 우리의 경제 및 인프라 개발 경험을 벤치마킹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취약한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를 비롯해 공항, 터널, 발전소 등의 사업에 국내 기업의 참여를 희망했다.

박 대통령도 각국 정상회담에서 콜롬비아 보고타 메트로 1호선(70억달러), 페루 리마 전철 3·4호선(100억달러) 등의 초대형 교통사업과 물 산업, 원전, 신재생 에너지 및 환경 사업을 주요 의제로 제시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그렇다면 신시장의 주요 축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중남미에서 수주 확대를 위한 핵심요소는 무엇일까? 스페인은 세계 시장에서 중남미 수주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스페인도 동일 언어라는 비교우위를 갖는 중남미에서 입찰 및 계약 시 현지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가 자국과 달라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하물며 언어가 전혀 다른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더욱 클 것은 자명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 구사와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강화가 사업 수주의 관건이 될 것이다.

금융조달 능력 배양도 시급하다. 중남미에서 외국 기업이 참여할 만한 대부분의 사업은 입찰방식이 금융과 연계되고 대형화되면서 금융조달 능력이 수주의 관건이 되고 있다. 이에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맞춤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인프라 건설 사업을 수주한다면 중동·아시아 시장과 더불어 중남미에도 진출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믿는다.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중남미의 중요성이 부각돼 다행스럽다. 중남미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되는 기회의 땅이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수주 확대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중남미 지역이 국내 해외건설 수주 누계 7000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 시대를 여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