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무원, 강연서 "여성과 일하려면 인내심 필요"…결국 해고

2015-05-14 17:33

조너선 K 앨런 로더데일 레이크스 행정담당관이 오스틴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여성에게 모욕을 주는 발언을 해 결국 해고됐다. [사진= 지역 신문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먼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여성 정치인과 일하는 법’

미국 텍사스주의 주도인 오스틴시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 강연에서 강사가 여성 비하 발언을 해 후폭풍을 맞았다.

미국 텍사스주의 주도인 오스틴시 공무원들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여성 정치인과 공무원이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지에 관한 강연에 참가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전체 시의원 11명 중 여성 7명이 당선돼 사상 최초로 여성 의원이 절반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강연을 주최한 오스틴시 행정담당관실은 플로리다주의 로더데일 레이크스에서 시 행정담당관으로 재직하며 다수의 여성 시의원과 일한 경험이 있는 흑인 남성인 조너선 K 앨런을 강사로 초청했다.

그러나 앨런은 이 강연 후 해고됐다. 강연 내용이 문제였다.

앨런은 남녀 60여 명이 참석한 해당 강연에서 “내 11살짜리 딸아이는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낸다”며 “여성 시의원들도 안건에 대해 준비된 자료를 읽지 않는 대신 주로 질문을 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여성과 일하려면)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원들은 정책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예산 등 구체적인 수치에 약하다”고 덧붙였다.

또 앨런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여성 정치인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언제 선출직 의원이 될지 모르는 여성 정치인에게 늘 잘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런 강연의 역풍은 거셌다. 오스틴의 여성 시의원들은 12일 지역 신문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먼의 보도를 접하고 나서야 앨런의 강연 내용을 접했다. 이들은 다음날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에게 모욕을 준 이 강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앤 키친 의원은 “여자가 화성, 금성, 또는 목성에서 온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남자는 ‘사실’에, 여자는 ‘감정’에 근거해 각각 결정한다는 시각은 시대착오적이고 비전문적”이라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보수적인 텍사스주의 분위기와 달리 자유분방한 오스틴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흑인 남성인 마크 오트 시티매니저는 이날 여성 시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부적절한 강연이 이뤄져 당혹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