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국은행 소통강화 조치...'시늉'에 그치지 않으려면

2015-05-10 14:54

[금융부 박선미 기자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분기마다 딱 한번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과 한은 출입기자단과의 점심 자리가 있던 날이었다. 기자들은 금통위원 반장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금통위원들과의 식사 도중 나오는 얘기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하는 탓에 반장의 모두발언만이 유일하게 기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발언 후 기자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반장을 맡은 한 금통위원의 말은 "(반장으로서) 모두발언할 게 없으며, 각 테이블에 앉은 금통위원들을 통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는 게 전부였다. 덕분에 전분기와 달리 금통위 반장의 모두발언에 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금통위원 뿐만 아니다. 이주열 총재의 소통에 관한 비판은 누누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리는 과정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을 가늠키 힘들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3월 이 총재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신호를 좀 늦게 켰을지는 몰라도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궁색하다'는 냉소도 나왔다. 

그런 한국은행이 1950년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공보 간부를 외부에서 영입한다. 지난 1월 인사에서 조사국장을 영입한 데 이어 '파격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통에 대한 비판이 가장 아팠다"고 말한 이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외부에서 공보 간부를 수혈한다고 해서 얼마나 소통창구가 넓어질 지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여전하다. 앞서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금융시장 참가자와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의'도 새로 만들었지만 기대치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조치가 자칫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한은 출신의 금융권 인사는 "외부 수혈이니 커뮤니케이션 회의니 하지만 그보다 폐쇄적인 조직에 길들여진 생각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