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1년, 삼성 더 강하고 빨라졌다

2015-05-10 12:2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창쩐밍 시틱그룹 동사장이 지난3월 중국 베이징에서 금융사업 협력 방안을 협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보밍 중신증권 사장, 창 동사장, 이 부회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사진제공=삼성]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지난해 5월 1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와병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선보였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수장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필요한 경쟁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즉시 보강했다.

이 부회장이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는 동안 삼성 그룹은 전자부터 금융·건설·화학 등의 영역에서 재편 작업을 진행해 순환구조를 단순화했다.

◆팀쿡부터 중국 시틱그룹 사장까지…‘현장경영’ 광폭행보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글로벌 기업들의 CEO(최고경영자)들을 직접 만나며 문제를 해결하거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협력을 이끌어냈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팀 쿡 애플 CEO를 만났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바일 특허와 관련해 미국부터 유럽까지 전 세계에 걸쳐 소송전을 벌이고 있었다.

글로벌 모바일 1, 2위인 양사가 오랜 기간 소송전을 진행하자 소모전을 중단하고 각자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합의는 쉽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팀쿡을 직접 만났고 두 수장의 회동 한 달 후 양사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을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 부회장은 9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났고 이후 양사의 특허 분쟁도 마무리됐다.

아울러 지난해 6월과 7월, 10월 세 번에 걸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나 모바일 사업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7월 래리 페이지 구글 CEO를 만나는 등 글로벌 IT 기업과의 협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를 탑재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6’의 출시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금융사 수장들도 만났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비즈니스 카운슬’에서 비씨·마스터 등의 카드회사 대표들을 만났다.

3월에는 보아오포럼 참석차 찾은 중국에서 국영기업 시틱그룹의 창쩐밍 동사장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시틱그룹은 금융·자원개발이 주력인 중국의 국유기업으로 지난해 9월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과거의 삼성과 달리 인수에도 적극 나섰다.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기업 루프페이를 비롯해 브라질의 프린팅솔루션 업체 심프레스, 상업용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등을 인수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동력을 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 서울신라호텔에서 '중국 방문의 해'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왕양 부총리와 만나 중장기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삼성]


◆전방위 사업 재편…순환구조 단순화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현장경영을 펼치는 동안 삼성 그룹은 순환구조를 단순화했다.

삼성은 2013년부터 계열사를 사업부문별로 나누거나 합치는 등의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제일모직은 패션 부문을 분리해 에버랜드와 합쳐 새로운 제일모직으로 거듭났고 소재부문은 삼성SDI에 넘겼다.

이후 삼성SNS와 합병한 삼성SDS에 이어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지난해 6월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처분하면서 순환출자의 고리는 크게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단순화됐다.

이밖에 3세 승계 구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상장한 가운데 비핵심 사업의 정리 차원에서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석유화학·방산 4곳을 한화에 매각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