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애의 맛’ 섹시하고 매콤한 앙숙과 연인 사이

2015-05-08 11:27

[사진제공=와우픽쳐스]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이성의 속을 가장 많이 들여다본 두 남녀. 각각 산부인과 전문의, 비뇨기과 의사인 성기(오지호)와 신설(강예원)은 이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떠벌리지만 실상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연애 불구자’다.

신설은 매운 음식을 먹은 남자와 키스만 해도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아찔했던 첫 키스의 기억 때문에 제대로 된 연애 한 번을 못 해본 그는 아버지와의 갈등과 주변 남자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점점 더 남자들을 불신하게 된다.

또 다른 ‘연애 불구자’ 성기는 얼굴이면 얼굴, 학벌이면 학벌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지만 말 못 할 고민 하나를 안고 있다. 바로 어떤 여자에게도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기부전 때문에 여성들을 피하게 된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연애 초보이자 성기와 앙숙관계인 신설에게 몸이 반응하게 된 것.

접점이 없어 보이는 남녀는 성기가 신설이 사는 아파트 위층으로 이사를 오며 인연을 맺게 된다. 성기는 이사 첫날부터 드릴로 신설을 화나게 하더니, 주차 문제로 화를 키운다. 거기에 여자라는 이유로 환자들이 꺼리는 신설의 비뇨기과 옆 건물에 ‘예쁜이수술 전문’ 산부인과를 개업해 갈등을 고조시킨다.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와 여자 비뇨기과 의사라는 파격적인 설정이지만, 실상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수순을 밟고 있다. 서로 티격태격하던 남녀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끝내 마음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오지호와 강예원은 각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두 배우의 호흡 역시 차지다.

트라우마를 가진 두 남녀가 서로를 만나 성장하고, 일련의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은 코미디와 로맨스로 적당히 버무려졌다. 극 초반 코미디에 치중했던 영화는 중후반으로 흘러가며 인물들의 트라우마 극복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강렬했던 첫맛과는 달리 뭉툭하고 간단한 마무리는 아쉬운 뒷맛을 남기는 게 사실이다. 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