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악의 연대기’ 손현주, 스릴러의 대가로 임명합니다

2015-05-07 14:53

[사진=영화 '악의 연대기'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 2013년 영화 ‘숨바꼭질’로 560만 4000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불러들이며 흥행 대박을 터트린 배우 손현주. 실종된 형을 찾는 성수 역을 맡았던 손현주가 추적스릴러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로 타석에 올라 흥행 공략에 나섰다.

‘악의 연대기’는 스피드한 전개가 특징이다. 어깨에 무궁화 2개를 단 최창식(손현주) 경감은 15년째 강력반에 몸을 담고 있다. 최창식 반장은 예하 직원들로부터 “대장님”이라고 불리는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표창까지 받으며 초고속 차장 특진을 눈 앞에 둔 최반장은 오른팔 오형사(마동석), 막내 차동재(박서준) 등 부서 회식을 열었다. 얼큰하게 취해 택시를 타고 목동 집으로 향한 최반장. 잠깐 잠에 들었다가 눈을 떴을 때 택시는 우면산 기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저씨 차 세우세요. 나 경찰이야”라고 외치지만 “거 되게 쫑알거리네”라며 무시하는 운전사. 이상한 낌새에 직감적으로 잘못됐다고 느낀 최반장은 차를 억지로 세웠다.

커다란 식칼을 꺼내 위협하는 운전사는 “삥땅친 돈들이 상당하지 않느냐”면서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베테랑 형사인 최반장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실수로 의문의 납치범을 찌르고 만다. 결국 사망한 남성. 최반장은 112에 신고를 하려던 찰나에 경찰서장(정원중)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너 승진하라고 로비 중이니 몸가짐을 잘하라”는 말을 들은 최반장은 잘못된 선택을 한다.
 

[사진=영화 '악의 연대기' 스틸컷]

차량에 묻어 있을 자신의 지문을 모조리 지우고 조용히 자리를 뜬 최반장. 다음날 아침 자신이 근무하는 강남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자신이 죽인 남성이 걸려있다는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향한다.

“이번 사건은 왠지 까리한 냄새가 난다”는 오형사는 차동재에게 공사장에 있는 택시를 살펴보라고 지시한다. 차동재는 전날 자신들이 최반장에게 선물한 넥타이 핀을 발견하고 조용히 챙긴다. 택시 트렁크에는 피투성이의 비닐이 발견되고, 중요한 단서로 분류된다.

경찰서장은 이미 언론에 노출된 해괴망측한 사건을 하루빨리 해결하라며 최반장을 닦달한다. 택시의 이동경로를 살펴보면 분명 범인을 알 수 있을 거란 판단에 서울 전지역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동선을 파악한다.

전 직원이 매달려 CCTV를 확인하던 중 최반장은 자신이 택시를 탄 곳에 있는 ‘신사 1-78’ CCTV를 몰래 빼돌리지만 차동재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나 차동재는 다른 CCTV 기록에서 의문의 남성이 실린 택시를 누군가가 몰고 가는 장면을 포착한다. 대원들과 함께 해당 지역으로 달려간 최반장.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도주를 시작하고 막다른 골목에서 최반장과 맞닥뜨린다. “나는 시킨일을 한 것 뿐”이라는 용의자에게 “누가 시킨 것이냐”고 일갈한다. 뾰족한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달려드는 용의자를 총을 쏜 최반장. 결국 용의자는 사망하고, 경찰서장은 “마약 전과자인 둘이 약을 끊지 못해 벌인 범죄”라면서 용의자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사건 종료’를 지시한다.

그러나 자신이 진범이라고 주장하며 나타난 전직 배우 김진규(최다니엘)의 등장으로 사건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지난 2003년 ‘튜브’ 이후 오랜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백운학 감독은 12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믿고 보는 배우’ 손현주는 메소드 연기의 대가답게 궁지에 몰리는 최반장의 심리를 매끄럽게 묘사했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 놓칠 수 없을 정도. 눈만 보고 있어도 최반장의 복잡한 심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국내 유일의 ‘건달’과 ‘형사’ 역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마동석은 명불허전 형사 역할로, ‘악의 연대기’에서 기둥 역할을 했다. 긴박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코믹함도 압권이다.

최다니엘은 확실한 연기변신으로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안경을 썼던 최다니엘의 맨얼굴은 대중이 알고 있던 이미지를 단박에 부숴버린다. 범인 김진규를 연기하는 최다니엘은 한기를 느끼게 했다.

박서준은 ‘악의 연대기’를 통해 ‘재발견’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연기를 했다.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의 철부지 아들이자 남편 박현태, ‘마녀의 연애’에서의 누나들의 마음을 흔든 윤동하, ‘킬미, 힐미’에서의 순애보 오리온은 없었다.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참 형사 차동재를,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묵묵히 연기했다. 첫 스크린에서 합격점을 받을 전망이다.

15세이상 관람가로 오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