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익산은 ‘들러리’ 우려
2015-05-06 14:26
충청권 7건 집중, 유산 많고 보존상태 양호한 익산은 2건 불과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세계는 지금 ‘문화전쟁’ 중이다. 국내에서도 각 자치단체 간 문화전쟁이 치열하다. 특히 세계적 권위를 가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등재될 경우 지역 브랜드 파워가 급상승함은 물론, 지역민에게도 큰 자긍심을 주고, 문화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세계유산에 올린 전북 고창 고인돌 유적의 경우 등재 당시 5만 명이던 관광객이 3년이 지난 2013년엔 4배가 넘는 21만 명으로 급증했음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따라 각 지역 문화재를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거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노력이 부단히 전개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4일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한은 평가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코모스 보고서에 권고 내용이 담기면 이변이 없는 한 세계문화유산으로 거의 확정된다.
충남 공주와 부여, 전북 익산 백제유산 8곳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되면서 해당지역은 이를 크게 환영하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지역 일각에서는 이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충청권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전북이 소외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코모스로 넘겨진 백제역사유적지구 현황을 보면, 충남 부여 5건, 충남 공주 2건, 익산 2건 등으로 충청권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대상으로 부여지역에서는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나성, 공주지역에서는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등이다. 반면, 전북은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등 고작 2건에 불과하다.
백제문화권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단독으로 추진할 정도로 많은 유산을 가진 익산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충청권 유산들만 다수 신청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백제의 왕궁이 자리했던 왕궁리유적과 제사를 모셨던 제석사지, 쌍릉과 서동설화까지 세계문화유산에 추가 되도록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던 이유다.
특히 그간 전북이 충남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기금을 절반씩 출연하고도 제몫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신청된 것처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향후 충청권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물론 문화유산을 위해 사용될 예산도 충청권에 집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익산지역 1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가칭)백제 왕도 복원추진단’ 발대식을 갖고 최행식 원광대 교수를 단장으로 전북 몫 찾는 일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다음 달 28일부터 7월 8일까지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