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네팔, 이젠 인신매매까지…구호 손길 가장한 범죄 기승

2015-05-06 14:51
인신매매단, 위기에 몰린 네팔 여성 돌봐주는 것처럼 접근…지진 전에도 피해 극심

 [사진= 유니세프 제공]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대지진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네팔에서 구호의 손길을 가장한 인신매매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네팔의 한 비정부기구(NGO)는 지진으로 위기에 내몰린 여성들을 구조하고 돌봐주는 것처럼 접근하는 인신매매단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수만 명의 젊은 여성이 남아시아 일대 사창가와 연계된 인신매매단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네팔 NGO ‘샥티 사무하’의 수니타 다누와르 국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구호라는 이름을 내세워 여성을 납치하거나 유혹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네팔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서방 국가의 한 고위관료도 “지금 네팔에서 모든 종류의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구호물자가 제대로 보급되지 못해 식수 등이 떨어진데다, 우기가 다가오면서 전염병 우려까지 더해진 네팔의 현재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 본거지를 둔 인신매매 조직들은 네팔 현지인들을 고용, 주로 시골 여성들을 상대로 정확한 행선지는 숨긴 채 수도 카트만두 또는 인도에서 보수가 좋은 직업을 알선해주겠다며 유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사창가로 팔아넘겨진다.

특히 지진으로 3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십만 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한 신두팔촉과 같은 지역이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신두팔촉은 카트만두 동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네팔 참사의 최대 지역을 꼽힌다. 그러나 현지인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척박한 산간지대에 위치해 구호단체 등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상항이다. 또 진앙지와 가까워 여진의 위험이 잔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두팔촉 출신으로 인도의 사창가로 팔려갔던 인신매매 피해 여성 시타(20)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속적인 폭행과 성폭력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인도에서 좋은 직업을 갖게 해준다는 한 아저씨의 말에 속았다”며 “또다른 소녀들이 납치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과 관계없이 네팔에서는 매년 1만2000∼1만5000명의 젊은 여성이 인신매매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유엔과 현지 NGO들은 추산하고 있다. 대다수는 인도의 사창가로 팔려가지만 일부는 한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까지 넘어간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7.8 규모의 강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755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1만4536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