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계, 흔들리는 가정] (2-1) 가계부채, 집집마다 시한폭탄…언제 터질까 불안 고조

2015-05-06 15:45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가계 빚의 증가 속도와 규모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이 저금리에 기대 생계비나 사업자금 용도로 무더기 대출을 받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들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의 경우 채무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경기 상황이 더욱 나빠져 빌린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경우 가계 파탄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히 집집마다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있다는 말이 나올 법한 지경이다.

◆ 가계부채 매달 증가세… 생계자금 목적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26조1000억원에 이른다. 3월 한 달 동안 무려 4조원이나 늘었다. 작년 같은 기간 대출 잔액(479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46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 들어 3개월 동안 무려 15조1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액수(35조4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같이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가 향후 취약계층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생계비, 사업자금 용도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작년 하반기 국내 주요 9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가운데 주택구입 이외의 목적이 48.7%의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해 상반기 42.8%였던 비중이 하반기 5.9%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계비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 저소득층·자영업자 채무상환 능력 취약… 파산 위험 고조

이같이 가계 빚의 총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 부채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득 하위계층보다 중상위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이 보유한 빚은 전체 금융부채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소득 1~3분위층, 순자산 1분위층, 자영업자, 무직자 등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비율(DSR)이 3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DSR(27%)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소득 1분위층의 DSR은 68.7%에 달한다. 이는 소득에 비해 갚을 돈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으로, 결국 채무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의 파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매년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개인워크아웃 및 프리워크아웃 신청은 2만4023건으로, 작년 같은 때(2만831건)보다 4000건 가까이 증가했다.

한 서민금융 관계자는 "채무조정을 상담하러 찾아오는 이들을 보면 보통 1000만원 내외, 적게는 100만원 정도의 빚에도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반적으로 부채 규모가 크지 않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런 적은 빚에도 서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영무 연구위원 LG경제연구원은 "저소득층의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면서 "주택 등 담보가 있더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기관의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과 함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들 계층의 지속적인 소득 창출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