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계, 흔들리는 가정] (2) 가계부채, 집집마다 시한폭탄…금리인상 등 돌발변수 땐 파산 속출 우려

2015-05-06 17:17


 
아주경제 전운 기자 = 대한민국 가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정부가 ‘중산층 70% 복원’을 모토로 가계부채 해소에 힘쓰고 있지만 가계 빚의 증가 속도와 규모는 이를 비웃듯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가계부채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가계 부실이 내수 진작의 발목을 잡아 국가경제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등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파산하는 가계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1%대 기준금리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26조1000억원으로, 이는 3월 한달 동안 4조원이나 늘어난 수치이다.

작년 같은 기간 대출 잔액(479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46조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올 들어 3개월 동안 무려 15조1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액수(35조4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지난해 말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기관에서도 우리나라의 가계 빚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나면 한국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10%에서 40%로 늘어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주택담보대출이 미국과 유럽의 버블 붕괴 원인이었다”며 “현재 한국에서 이같은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무려 74%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계당 평균 부채가 4095만원에 이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히 소득수준 대비 부채규모만 놓고 보면 고소득층의 가계부채가 다른 계층에 비해 많지만 가처분소득 대비로는 저소득층의 부채비율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소득 1~3분위층, 순자산 1분위층, 자영업자, 무직자 등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비율(DSR)이 30%를 상회했다. 소득 1분위층의 DSR은 무려 68.7%에 달했다. 이는 채무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의 파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서민층의 채무상환능력 제고 차원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파산에 이르는 개인 채무자를 위한 개인채무 구제제도의 정비도 이뤄져야 하며, 서민층의 소득여건을 감안한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차주의 유동성 위기 시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만 상환하는 방식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