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외교 줄줄이 스텝 꼬인 박근혜 대통령

2015-05-05 19:00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중남미4개국순방 이후 건강악화로 꼭 1주일 만에 공식업무를 재개한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정치·경제·외교 분야 등 산적한 현안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국정 운영 스텝이 꼬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16일부터 9박12일간 진행된 중남미4개국 순방 기간 중 국무총리 사퇴라는 사상 초유 사태 속에서 정부가 임시 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국정 주도권은 새누리당과 국회로 넘어갔다.

박 대통령이 27일 순방 귀국 즉시 총리 사표를 수리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음에도 피로 누적에 따른 건강 악화로 1주일간 휴식을 취하며 국정 공백은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 새누리당은 청와대·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국민연금소득대체율을 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리는 안을 연계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당·정·청(黨·政·靑) 간의 불협화음이 심각한 수위에 달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 제도 개선은 국민 동의가 우선돼야 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나서면서 당청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공무원연금개혁이 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개혁의 첫단추라는 점에서 여야 합의안을 반대할 명분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긴 하지만, 문제는 다음 개혁으로 꼽히는 노동시장 개혁은 이미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은 이미 무산됐고, 정부가 다시 노사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더라도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한 상태다.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지만 내년 총산을 앞두고 노동개혁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금융·교육개혁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쪽짜리 공무원연금개혁도 겨우 이끌어낸 마당에 올해 4대 구조개혁을 끌고 갈 동력이 과연 있겠느냐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암울한 전망이다.

올해 경제 전망도 지난 해와 별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했지만 이보다 더 낮춘 3% 초반-중반으로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경기 회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의 공세적인 엔화 약세 전략에 밀려 수출은 부진하고 내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가계부채는 1년 전에 비해 4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90조원을 넘어섰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호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겨울에 머물러 있다.

박 대통령이 핵심 과제로 내세운 일자리창출·경제활성화를 위한 9개 법안들은 국회에 묶여 있다. 이 가운데 크라우드펀딩법, 하도급거래공정화, 산업재해보상법 등 3건은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됐지만 4월 임시국회 처리는 불투명하다.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은 각각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대로라면 집권3년차 상반기 내 경제활성화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실현하기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분야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외교 분야는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지난 1일 당정회의에서조차 "한반도 주변 강국들이 국익과 실리 차원에서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기존 외교·안보 질서가 요동치는데 우리 정부만 이리저리 저울질하다가 외교 고립에 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근 동북아 지역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일각의 대일 외교정책 기조 전환 요구와 관련, 과거사와 경제·안보 문제 등은 분리해 대응한다는 현재의 대일 외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외교 라인을 교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표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등으로 미일 양국이 신(新) 밀월 시대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영토 문제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놓고 강하게 대립하던 중국과 일본의 정상이 지난달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만나는 등 동북아 외교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 회복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우리나라가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과거사 문제를 넘어 외교적으로 '일본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4.29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바탕으로 후임 총리를 조속히 인선하고,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다시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개혁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선거가 없는 올해를 놓칠 경우 자칫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는 데다 조기 레임덕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