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계, 흔들리는 가정] 중산층의 몰락...복원 프로젝트 '시급'

2015-05-06 07:59
뒷걸음치는 '중산층 삶의 질'…"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대한민국 허리인 중산층…"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다시 재건하라"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대한민국 허리’인 중산층은 빈곤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산층 붕괴 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서민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등 심리적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도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해 ‘중산층 70% 복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뚜렷한 개선의 징후는 없다. 중산층을 살리겠다던 정부의 프로젝트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로 뒷전에 밀려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70% 복원’만 주장하기 보단 중산층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중산층, 빈곤층으로 '추락'

‘중산층 70% 복원’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출범 3년째, 가계부채 눈덩이와 부동산·교육비 등 3대 위협요인에 발목이 잡혀 허덕이는 모양새다. 중산층 복원 위한 방향은 가계 부담 감소와 양질의 일자리 증가, 안심사회 등이 주요요인이나 무상보육에 따른 재정불안·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산층을 형성할 양질의 일자리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이 9%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1년 이하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소비심리 저하는 백화점 매출 하락 등으로 이어지면서 침체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3월 중 대형마트·백화점·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6.5%, 5.7%, 4.7% 감소한 수준이다.

이처럼 중산층은 안정적인 국내경제 성장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계층이다. 중산층이 바로 국민경제의 주된 소비 계층이자 노동력을 공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복원이 늦어질수록 내수 회복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경제 압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에 따르면 중산층의 월평균 총소득은 1990년 82만원에서 지난해 384만원으로 증가했다. 중산층의 소득은 높아졌지만 지출의 증가 폭이 더욱 커 여유가 없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중산층의 소득이 늘어난 속도보다 주거비·교육비 지출 증가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하면 중산층 가구의 삶의 질은 20년 전보다 악화된 셈이다.

특히 전세보증금은 890만원에서 1억1707만원으로 13배 급증했다. 중산층의 연평균 소득증가율인 7%보다 5%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가처분소득에서 전세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는 같은 기간 1.1배에서 3.1배로 뛰었다.

주거·교육비와 더불어 세부담도 중산층 삶의 질을 추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산층 세금 증가율은 고소득층보다 6배 높아졌기 때문이다.

◇ '중산층 삶의 질 제고' 다듬질 못하는 관·정

특히 집권 경제수장들이 다듬질하지 못하고 있는 중산층 붕괴를 놓고 정치권의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단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돌보는 당이 되겠다’,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말하곤 있지만 구체적인 안은 없고 표심잡기용 계층 활용이라는 핀잔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소득 개선과 주거 및 교육비 등 지출 부담 완화, 여가 활용을 통한 오락·문화 소비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성근·이준협 현대경제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산층의 전월세 등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첫 번째 요인으로 뒀다.

중산층에 대한 전월세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중산층 가구의 전월세 자금대출 여건을 개선하되, 분양 조건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안정적인 내집 공급 체계를 주문한 것.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부담이 중산층에게 가중되지 않도록 임대소득 과세 및 월세시장 투명화 대책의 지속적인 추진도 당부했다.

아울러 공교육 정상화 등을 통해 중산층의 교육비 부담 완화도 시급히 해결할 부분이다.

학교 교육의 난이도 및 교육 분량,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고 청소년을 위한 직업 및 체험 활동 프로그램 확대도 언급했다.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장학금 기부 단체에 대한 세금공제 등 인센티브 확대 및 등록금 결제 방식을 다양화도 방안으로 내놨다.

여가 소비 확대와 관련해서는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과 함께 주중 ‘저녁이 있는 삶’ 또는 ‘가정의 날’을 선정, 조기퇴근을 적극 권장하는 등 중산층의 여가 활용 문화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