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투자 파키스탄 TSML 철수설. 서남아 전략 차질?
2015-05-03 13:27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가 지난 2011년 지분을 투자한 파키스탄 철강사 뚜와르키스틸밀(TSML)이 생산 설비의 사우디아라비아로 철수를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보여, 포스코의 서남아시아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TSML의 모 회사인 사우디 알 뚜와르키 그룹은 파키스탄 정부가 지난 2004년 5월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통해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설비 철수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올해 1월 1000명의 생산직 직원들을 해고한 데 이어 압박을 위해 제시했던 생산설비 철수를 가시화 하고 있다.
당시 알 뚜와르키 그룹은 총 3단계에 걸쳐 12억 달러(한화 약 1조2,900억원)를 투자해 파키스탄에 자국 최대규모의 철강업체를 설립하기로 파키스탄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알 뚜와르키 그룹은 2011년 포스코를 합작 파트너로 참여시켰으며, 포스코는 파키스탄 철강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TSML의 지분 15.34%를 150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포스코의 투자금을 합해 총 3억5000만달러를 들여 2013년 초 완공한 1단계 공장은 연산 128만t의 생산 규모를 갖췄다. 코트라 카라치 무역관에 따르면, 파키스탄 연간 철강수요는 700만t 가령이며, 이중 국내 공급가능 물량은 전체 소요물량의 50%인 350만t이다. 파키스탄 내에는 유일한 일관제철소로 파키스탄 스틸 밀 등 약 15개 철강업체들이 있으나 국영기업인데다가 재무상태도 부실하고 생산기술이 낮아 고부가가치 제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내수 생산량의 절반 이상인 규모의 생산이 가능한 TSML이 본격 가동되면 고급강 시장까지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고, 포스코도 향후 TSML의 투자를 늘려 최종적으로 50%까지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아닌 파키스탄 정부였다. 알 뚜와르키 그룹이 TSML을 설립하며 들여온 생산기술은 일본 신일철주금이 개발한 ‘직접환원철(DRI)’이라는 기술이었다. 직접환원철은 철광석을 고체상태에서 환원가스(일산화탄소, 수소)를 이용해 생산한 철로, 불순물이 적어 고급 고철의 대용으로 사용된다. 환원 과정에 사용하는 연료로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따라서 TSML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철강제품을 생산하려면 천연가스를 저가에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MOU 체결 당시 알 뚜와르키 그룹은 TSML이 필요로 하는 천연가스를 사우디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대신 낮은가격에 들여올 수 있도록 파키스탄 정부에 요청했고, 파키스탄 정부는 TSML에 사용될 천연가스의 수입관세율을 최초 도입 후 5년간 낮춰주기로 하면서 TSML 지분 15%를 받았다.
하지만 1단계 설비가 완공된지 2년이 지났으나 파키스탄 정부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과거에 비해 파키스탄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해 TSML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높은 천연가스 도입가격 때문에 TSML은 당초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한편, 중국산 수입 급증으로 판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키스탄 철강산업은 파키스탄-중국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중국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2012~2013년 회계연도 대중국 철강수입량이 전년동기 대비, 11.8% 증가한데 이어 2013~2014년 회계연도에는 무려 39.0%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산 수입량은 10.1% 감소에 이어 26.0% 줄었다.
TSML은 포스코와 함께 제2, 제3공장까지 세우고, 파키스탄내 상공정(고로 쇳물생산)인 일관제철소사업까지 진출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운바 있다. 하지만 로컬기업를 배경으로 한 파키스탄 정부의 견제, 중국산 유입 등으로 인해 사업 확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로서도 난처한 상황이다. 파키스탄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산에 밀리자 포스코는 TSML을 통해 현지 시장 영향력을 만회해 나가려고 했다.
특히 인도 고로 일관제철소 건립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 사업까지 어려워지면서 포스코의 서진전략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남아 지역은 현지 수요는 물론 중동과 유럽으로 넘어가는 요충지역이라는 점에서 다수의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 현지 상황을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