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판화작가 황규백 "좋은 예술은 영혼을 맑게 해준다"

2015-05-01 10:0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첫 개인전..'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황규백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좋은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 준다.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해야 하니 더욱 분발해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려 한다"

판화작가 황규백(83)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국내 미술관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자 자신의 작품세계 전체를 보여주는 회고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부터 기획한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판화부문 첫 번째 전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그의 판화와 회화를 포함해 60년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판화 70여점, 회화 30점과 판화제작 관련 도구들을 선보인다.

 

[Wood, Paper, and Stone, 1979, 메조틴트, 30x34cm.]

 

 


  그의 판화 작품은 최소의 단어와 운율로 쓰여지는 한 편의 시(詩)같은 그림이다. 우리에게 잃어가는 서정성의 회복을 이끌어 내고, 내면의 낮고 깊은 대화에 귀 기울이게 한다.

색채가 섬세하고 다양하다.  특히 메조틴트 기법이 지닌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디테일이 집약돼 내밀한 환상감이 전해진다. 삶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소소한 생물과 무생물의 은밀한 대화, 혹은 무심코 놓아 두었던 기억과 현재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의 판화가 특별하고,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역발상에 있다. 전통적인 메조틴트 작품이 화면 전체의 배경색이 검정색인 것에 반하여 작가는 그것을 깃털과도 같이 밝고 부드러운, 독특한 회색 톤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화면 안에서 보여지는 여백을 시각언어로 전이 시켰다는 점이다.

 작품은 극도의 정밀함과 간단치 않은 작업과정을 요구하는 장인정신으로 완성된다. 미국의 브루클린 미술관 큐레이터 조 밀러는 황규백을 “음각 판화의 위대한 실험자”라고 평했다. “시적인 구도 안에서 인생을 관조한다”고도 했다.
 

[ Roof, 1990, 메조틴트, 27.5x33.5cm.]


  작가는 1970년 이후 미국에 정착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프랑스에서 뉴욕으로 옮겨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 작업에 대한 탐구와 고민의 시기를 거쳤던 작가는 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전통 판화의 일종이며, 가장 다루기 힘든 판종의 하나인 메조틴트 기법을 독학으로 습득했다.

작가는 뉴욕 근교의 베어 마운틴의 잔디밭을 즐겨 찾아 자품 구상에 대한 몰입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때 우연히 그의 뇌리에 하늘, 잔디 그리고 손수건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들을 포착하게 되었고, 그렇게 저장해 두었던 기억 속의 소재들은 작품으로 나왔다.

이 가운데 는 각종 국제판화제에서 수상했다. 노르웨이 판화 비엔날레와 핀란드 판화 트리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았다. 황규백이 말하는 '나만의 방식(my way)', 즉 작업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상징적인 작품이 됐다.  특히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포스터를 위한 작품을 제작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작품들은 뉴욕현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지에 소장되어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으로 돌아와선 육체적 한계로 판화작업이 허락되지 않자 일흔의 나이를 넘겨 붓을 들고서 회화작업을 시작, 판화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존재 의식에 대한 관조와 삶의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사유가 사그라들지 않은 않은 모습이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선보인다. 첫 번째 부분은 황규백이 1968년 도불 후 파리에서 제작한 초기 판화작품과 판화 제작과정을 구현했다. 두 번째는 작가가 뉴욕에 정착하여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집중적으로 제작한 메조틴트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 부분은 2000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 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회화작품을 걸었다. 전시는 7월5일까지. 관람료 2000원.
 

[Watch,캔버스에 유화, 122x102cm,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