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환율 전쟁’ 중… 현대·기아차 ‘울고’ 일본·유럽차 ‘웃고’

2015-04-28 16:40
엔·유로화 약세에 글로벌 시장 판매 희비 교차
현대·기아차 신차 출시 및 마케팅 강화로 승부수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에 따라 자동차 업체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수출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특성상 현지 환율에 따라 판매량 및 수익성이 엇갈리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유로화 등 이종통화의 약세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엔저(低)와 유로저를 등에 업은 일본·유럽차 업체는 해외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는 양상이다.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조5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헀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2.2% 감소한 1조9833억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현대차 현대차 관계자는 “유로화 및 신흥국 통화 대비 큰 폭의 강세를 나타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기아차도 1분기 영업이익이 5116억원으로 1년새 30.5%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유로화 하락 등 환율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환율시장에서 유로 등 이중통화에 비해서는 강세를 이어가 현지 시장에서 수익성 악화를 겪는 상황이다. 원·유로는 올 1분기 1239.3원, 원·루블은 17.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40.9% 감소했다. 루블화 폭락으로 국내차 업체의 러시아 수출이 차질을 빚었고 현대·기아차의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 포함) 점유율은 올 1분기 5.9%로 2년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엔화는 28일 오전 원·엔 환율이 100엔당 897.28원으로 7년 2개월만에 900원선이 붕괴하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차 업체도 엔저 현상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가 증가세다. 도요타그룹의 유럽 점유율은 1분기 4.6%, 닛산은 4.5%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1%포인트, 0.6%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도요타의 1분기 점유율은 전년 보다 0.7%포인트 상승한 14.6%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7.9%로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현대·기아차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고점인 8.9%를 기록한 후 3년째 하락세다.

내수시장도 유럽차와 일본차의 공세가 거세다. 수입자동차협회 조사를 보면 올 1분기 국내 시장 수입차 등록대수는 5만8969대로 점유율은 사상 최대치인 17.3%를 기록했다. 유럽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3만6184대에서 4만7825대로 32.2%, 일본차는 5021대에서 6938대로 38.2% 각각 증가했다.

안팎으로 부침을 겪는 국내차 업체는 환율 시장 악화에 따른 리스크 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차 이원희 재경본부장은 최근 실적 발표 당시 “시장이 어려울 때 점유율을 확대해야 환율 개선 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러시아·브라질 현지화 비율을 높이고 달러 결제 비중을 늘려 수익·안정성을 높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도 현지 생산 및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줬다. 기아차 한천수 재경본부장은 “루블화 손익차익 최소를 위해 러시아 역외 물량을 최소화하고 1분기 판매가를 8% 인상했다”며 “환율 추이에 따라 현지 가격 인상 및 판매물량 조정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신차 출시와 마케팅을 통한 점유율 확대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올해 유로·엔화 약세, 픽업시장 증가 등 3중고로 미국 시장에서 미국·일본·유럽업체 협공이 예상된다”며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신형 ‘투싼’과 ‘쏘렌토’ 및 ‘K5’를 출시하고 판촉 활동을 강화해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