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위안부 문제 잠복한 한일갈등 속 미·일은 가이드라인 '신밀월'

2015-04-29 07:30
가이드라인 지침 개정에 '미·일vs중' 갈등고조…한반도 정세 요동
북핵 지지부진·중·일 관계개선 모색…한국 '엄중한 시험대' 올라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일본과 한국은 공동의 이해 관계가 있으며 양국 모두 민주주의 국가로서 나름의 절차를 밟고 있다. 양국간의 소통이 필요하며 미국은 동맹국에게 압박을 가하는것이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특별한 역활을 이용해 밀어 붙이지 말아야 한다. 압박을 가해도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친구는 친구에게 압박하지 않는다. 이것은 국제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인버그 시라큐스대학교 맥스웰 행정대학원 학장은 28일 아산플래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한·일 관계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인버그 시라큐스대학교 맥스웰 행정대학원 학장은 28일 아산플래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한·일 관계의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사진=아산정책연구원]


그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혔지만 워싱턴을 관통하는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미국의 신뢰 한몸에 받는 일본 '마이웨이'

미국이 아시아 회귀전략의 한 축으로 일본을 신뢰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공식 방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이렇다할 태도 변화없이 기존 입장을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방미 이튿날인 27일(이하 현지시간) 하버드대 학생들과 만난 아베 총리는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피해자'라고 표현하고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는 한달전인 워싱턴 포스트(WP)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밝현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이렇다할 태도 변화없이 기존 입장을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그 뒤에는 미국의 든든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진=수상관저 공식 페이스북 자료사진 ]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기는 커녕 사안의 본질을 교묘히 흐리려는 '물타기'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번 방미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본격적인 군사대국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한 '2+2' 연석회의에서 18년만에 개정에 합의한 미·일 가이드라인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 미·일 가이드라인, 중국과 갈등 한국엔 운신 폭 좁혀

일본이 지난해 헌법해석을 통해 용인한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반영한 미·일 가이드라인은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북핵 대응 등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과 함께 이번 합의로 미·중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미·일 가이드라인은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북핵 대응 등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과 함께 미·중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은 일본 육상자위대의 후지 종합화력연습장 훈련 모습. [사진= 일본 자위대]


가이드라인 내용 중에 '필요할 경우 섬 탈환 작전을 실시하며, 미군은 자위대를 지원한다'고 적시한 부분은 사실상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을 표적으로 하는 탄도미사일을 일본 자위대가 요격하는 내용이 반영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넘어 중국까지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외교·안보정책이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역내에서 미·일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면 우리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로서도 미·일 가이드라인이 '양날의 칼'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미·일 양국이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주권의 충분한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및 각자의 헌법, 국내법에 따라 무력행사를 따른 행동을 취해 나간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로서도 미·일 가이드라인이 '양날의 칼'일 수 있다. 사진은 해병대 제1사단의 수색대 특수수색중대의 대원들과 미 태평양함대 대테러 경계 팀이 근접건물지역 전투사격 시범을 보이는 모습. [사진=해병대 제1사단]]


'제3국'과 '주권의 충분한 존중'은 한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데다 표현이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한반도 유사시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없이 자위대가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 정확한 현실인식과 치밀한 외교전략 필요

정부는 28일 미일간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대해 "그간 우리 정부가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과 관련해 요구해 온 바를 반영, 미·일 동맹의 기본 틀 범위 내에서 이행, 일본의 헌법과 전수방위 원칙 견지, 특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있어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한 것을 주목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정부는 미·일 양국이 이번 지침 개정 내용에 대한 사전 설명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한 것을 평가한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정부는 28일 미일간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대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있어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한 것을 주목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과 존 캐리 미 국무부장관의 모습. [사진=아주경제 DB]


정부는 "미·일 양국이 향후 지침구체화 및 이행 과정에서 투명성을 계속 유지하는 가운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우리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중요한 축은 북핵 등 북한문제인데 남북관계가 제대로 안되면서 우리가 주변국에 끌려 다니는 측면이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주변 안보·외교지형을 선순환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