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배출권거래제로 9000억원 규모 글로벌 R&D프로젝트 유치 타격”

2015-04-27 11: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배출권거래제가 외국인 투자 활성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인해 주요 외국인 투자 기업들은 △글로벌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유치 차질 △신규 설비투자 보류 △생산량 감축 가시화를 우려했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A사는 최근 유럽 본사로부터 9000억원대 규모의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유치를 추진했으나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적신호가 켜졌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신규 시험장비 도입에 따른 전력사용량 급증이 불가피한데. 유럽의 경우 사업장의 전기 사용을 온실가스 배출과 엮어서 규제하지 않고 있으나 한국은 간접배출이라는 명목 하에 전기 사용량이 많은 경우 배출권을 추가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접배출 규제로 인해 해당 국내 법인은 R&D 프로젝트 유치가 어려워졌다. 이는 해당 기업과 협력사의 성장 기회까지 없어지게 만든 것이다. 해외 본사는 다른 후보지역과 기술 수준이 비슷한데 비용이 추가 소요되는 한국 법인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일부 기업은 배출권 비용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을 맞추기가 어려워 신규 설비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규모 생산라인 신·증설을 추진해오던 B사는 2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보류했으며, 이로 인해 150명 고용계획도 철회했다.최근 완공된 공장들이 생산량 증가에 비례해 배출권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운영 리스크가 고조되자 더 이상의 추가 신·증설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C사도 20억원 규모의 신규설비 투자계획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 추세에 힘입어 경영실적이 다소 개선되었지만, 고객사로부터 가격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배출권 비용까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어 더 이상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단을 찾기 힘든 기업들은 증산하지 못하고 당장 생산량을 감축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생산 공정 효율화를 통해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꾸준히 진행해왔던 D사는 연간 생산능력을 약 50% 향상시키고 글로벌 본사에 증산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증산 요청이 수용되면 연매출 6000억원 규모의 생산물량 확대가 가능했지만,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원가상승이 불가피해 원가경쟁 우위에 있는 다른 나라 공장에 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E사는 정부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27일간 설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한국 생산물량 중 일부를 중국 공장으로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연간 60억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외국인 투자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경영위축에 대한 우려와 업무량 및 외부 컨설팅 등 행정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을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특히,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던 합작법인들은 배출권 비용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외국인 투자 자본의 이탈이 현실화될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배출권거래제가 투자환경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현재 작업 중에 있는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이전과 동일하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제시된다면 외국자본 이탈, 일자리 감소 등이 불가피하므로 정부의 신중한 접근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