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베 반둥회의 연설 "언급 않겠다" 회피...시진핑, 아베 에둘러 비판
2015-04-23 10:03
마리 하프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가 반둥회의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이 같이 밝혔다.
하프 대변인 대행은 한국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의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비판하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공감하는지를 물은 데 대해 "연설 자체에 대해 어떤 분석을 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삼갔다.
하프 대변인 대행의 이 같은 언급 자제는 아베 총리의 반둥회의 연설에 대한 한국 등 주변국의 비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미 의회 일각은 물론 전문가 그룹과 일본 전 총리까지 연일 아베 총리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공개로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사죄해야 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일라 잭슨 리(텍사스) 미 하원의원은 21일 의사록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과거는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연속체로 과거를 잘못 다룬다면 미래를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게 훨씬 힘들다"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국제사회의 힘은 오늘날뿐만 아니라 과거의 행동에 책임을 질 때에 강해질 수 있다"며 "과거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불분명하게 한다면 그 힘은 약화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찰스 랭글(민주·뉴욕) 등 미 연방 하원의원도 이날 하원 본회의장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아베 총리는 오는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과거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등 일본의 전직총리들도 "아베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배·침략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반둥회의에서 아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역사 문제는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에 관한 중대한 원칙의 문제로 일본이 아시아 주변국의 관심과 우려를 진정으로 대함으로써 역사를 직시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이번 반둥회의에서 일본의 과거 전쟁을 반성한다고는 했으나 침략 언급과 사죄 표명은 하지 않은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