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판 커지는 檢 수사…숨죽이는 여의도 ‘초긴장’

2015-04-22 17:56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 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전으로 전개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서 메모에 오른 ‘여권 실세 8인방’ 이외에도 야당 중진 7∼8명이 의혹에 휩싸이면서 검찰발(發) 사정정국의 후폭풍이 여의도를 뒤덮고 있다.

특히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2일 첫 참고인 조사자인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하며 ‘초강수’를 두자 정치권은 숨죽인 채 ‘몸 낮추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완구발 사정정국의 첫 타깃으로 경남기업을 택한 검찰이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내부에선 “여의도가 서초동만 바라보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의 명예를 건 ‘전방위적인 수사’로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친박(친박근혜) 권력형 비리 의혹이냐, 여의도발 권력형 게이트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 檢, 전방위 수사 예고…새벽 긴급체포 

검찰은 이날 새벽 ‘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핵심 열쇠인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로비장부 등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수행비서 이용기(43)씨는 같은 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또 경남기업 내 계열사와 성 전 회장 일가의 자택 등 13곳을 압수수색했다.
 

박근혜 대통령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전으로 전개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서 메모에 오른 ‘여권 실세 8인방’ 이외에도 야당 중진 7∼8명이 의혹에 휩싸이면서 검찰발(發) 사정정국의 후폭풍이 여의도를 뒤덮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검찰이 참고인 조사자인 박 전 상무를 긴급체포한 점과 이례적으로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는 이유에서다. 

애초 정치권 안팎에선 ‘성완종 비밀장부’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줄 핵심 키맨으로 이 전 비서를 지목했다. 박 전 상무는 핵심 키맨이라기보다는 사건 의혹을 풀 ‘협조자’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검찰은 영장 없이 신병 체포에 나섰다. 박 전 상무는 형사소송법상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많다.

이어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키맨인 이 전 비서를 전격 소환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외부로 알리면서 성 전 회장의 리스트 의혹을 인지하고 있는 핵심 인물의 신병 확보와 리스트 8인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전 상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비밀장부 존재 여부와 관련해 “내가 아는 한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턱밑까지 온 ‘리스트 8인’ 수사…野 ‘나 떨고 있니’

관전 포인트는 검찰이 자원외교 기업 수사에 한정한 부패와의 전쟁을 정치권 전면으로 확대하느냐다. 이 지점이 검찰 수사의 ‘제한적이냐, 전면적이냐’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2일 첫 참고인 조사자인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하며 ‘초강수’를 두자 정치권은 숨죽인 채 ‘몸 낮추기’에 나선 모양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일단 검찰 수사의 흐름은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의 키맨을 정조준한 것은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이완구 국무총리 등 8명과의 연락을 원천 봉쇄, 성 전 회장의 금품전달 증거를 훼손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다.

여기에 검찰이 의혹만 남은 야당 중진 의원 7∼8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시점은 정치권은 4·29 재·보궐선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재·보선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검찰 수사가 결과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검찰 수사의 제2 라운드의 첫 테이프를 끊을 수사 대상자로 이 총리나 홍 지사 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언제 야당으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의를 표명한 이 총리를 제외한 7인 중 누구를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을지도 정하지 못했다.

‘친박게이트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비서실장 3인, 홍·서·유 3인(홍준표·서병수·유정복), 더하기 1인(홍문종 의원) 등 ‘3+3+1’에 대한 수사를 주장했다. 야권으로선 여당이 참여정부의 성 전 회장 특별사면을 전면에 내건 상황에서 자칫 국정동력도 잃고 검찰 수사도 받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와 관련, “성 전 회장이 죽으면서 남긴 메모는 ‘진실에 가까운 증거’일 가능성이 많다”며 “검찰은 즉각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혐의가 입증되면 모두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2012년 대선 자금을 포함한 전방위적 검찰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 전반이 긴장에 휩싸이고 있다. 22일 국회 앞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