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판 커지는 檢 수사…숨죽이는 여의도 ‘초긴장’
2015-04-22 17:56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전으로 전개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서 메모에 오른 ‘여권 실세 8인방’ 이외에도 야당 중진 7∼8명이 의혹에 휩싸이면서 검찰발(發) 사정정국의 후폭풍이 여의도를 뒤덮고 있다.
특히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2일 첫 참고인 조사자인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하며 ‘초강수’를 두자 정치권은 숨죽인 채 ‘몸 낮추기’에 나선 모양새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의 명예를 건 ‘전방위적인 수사’로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친박(친박근혜) 권력형 비리 의혹이냐, 여의도발 권력형 게이트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 檢, 전방위 수사 예고…새벽 긴급체포
검찰이 참고인 조사자인 박 전 상무를 긴급체포한 점과 이례적으로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는 이유에서다.
애초 정치권 안팎에선 ‘성완종 비밀장부’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줄 핵심 키맨으로 이 전 비서를 지목했다. 박 전 상무는 핵심 키맨이라기보다는 사건 의혹을 풀 ‘협조자’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검찰은 영장 없이 신병 체포에 나섰다. 박 전 상무는 형사소송법상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많다.
이어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키맨인 이 전 비서를 전격 소환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외부로 알리면서 성 전 회장의 리스트 의혹을 인지하고 있는 핵심 인물의 신병 확보와 리스트 8인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전 상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비밀장부 존재 여부와 관련해 “내가 아는 한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턱밑까지 온 ‘리스트 8인’ 수사…野 ‘나 떨고 있니’
관전 포인트는 검찰이 자원외교 기업 수사에 한정한 부패와의 전쟁을 정치권 전면으로 확대하느냐다. 이 지점이 검찰 수사의 ‘제한적이냐, 전면적이냐’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검찰 수사의 흐름은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의 키맨을 정조준한 것은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이완구 국무총리 등 8명과의 연락을 원천 봉쇄, 성 전 회장의 금품전달 증거를 훼손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다.
여기에 검찰이 의혹만 남은 야당 중진 의원 7∼8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시점은 정치권은 4·29 재·보궐선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재·보선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검찰 수사가 결과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검찰 수사의 제2 라운드의 첫 테이프를 끊을 수사 대상자로 이 총리나 홍 지사 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언제 야당으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의를 표명한 이 총리를 제외한 7인 중 누구를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을지도 정하지 못했다.
‘친박게이트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비서실장 3인, 홍·서·유 3인(홍준표·서병수·유정복), 더하기 1인(홍문종 의원) 등 ‘3+3+1’에 대한 수사를 주장했다. 야권으로선 여당이 참여정부의 성 전 회장 특별사면을 전면에 내건 상황에서 자칫 국정동력도 잃고 검찰 수사도 받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와 관련, “성 전 회장이 죽으면서 남긴 메모는 ‘진실에 가까운 증거’일 가능성이 많다”며 “검찰은 즉각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혐의가 입증되면 모두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