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행정부 '이란 핵협상' 막바지 올인…한미 외교장관회담 4월이 적기

2015-04-20 08:00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가 지난주 16~17일(현지시각) 개최된 가운데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6월 말까지 이란 핵협상 최종 합의안 도출에 몰두할 예정이어서 4월말이나 늦어도 5월 초에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오바마, 이란·미국 여론 설득 비지땀

존 캐리 미국무부 장관은 6월 말까지 이란과 최종 합의안 도출은 물론이고 미국내 반이란 여론도 달래야 하는 등 난항이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과 이란발(發) 특수 효과도 지연되거나 반감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더욱이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주 "서방측의 모든 제재가 즉각 해제되지 않는다면 최종 협상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의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황이다.

이에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잠재적인 난제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에 대해 교섭 당사자들을 앞서가고 싶지 않다"며 "존 케리 국무장관과 다른 당사자들의 창조적인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6월 말까지 이란 핵협상 최종 합의안 도출에 몰두할 예정이다. 사진은 오바마 미국대통령. [사진=신화사 ]


사실상 미 국무부의 이란 협상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표현으로 파악된다.

대미 외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내 여론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지지가 보편적이고 여기에 유대인 로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협상이 지난주 이후로 다시 어려워져 국무부가 상당히 오래 들여다 봐야 할 것이고 이 기간 동안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통령 방미 앞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필요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토대가 이번 차관협의로 마련됐지만 미 행정부가 이란 핵협상을 우선순위에 올려둔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취하려면 이른 시일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에서는 ▲한반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범세계 차원의 포괄적인 현안들을 논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3국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 했다.
 

웬디 셔먼(왼쪽)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1월 29일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과 만나 북핵문제와 대북정책 등을 둘러싼 한·미간 공조를 점검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한반도 현안의 경우 북한 정세에 대한 각국의 평가를 공유하고 북핵과 북한 인권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태 지역에서는 평화와 안정, 번영이라는 공통의 전략적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미국과 일본에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향후 추진방향을 거듭 설명하고 공통의 이해를 넓힐 방침이다.

범세계 차원에서는 극단주의적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 대응과 에볼라 퇴치,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문제를 놓고 폭넓은 협력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협의회를 개최한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과거사 문제에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북한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을 증대시키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투 트랙' 접근 기조를 재확인했다.

조 차관은 이어 "외교라는 것은 양측 간에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일 3국은 이와 별도로 이날부터 이틀간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일 국방부 차관보급이 참여한 가운데 '3자 안보토의'(DTT)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은 미·일 양국으로부터 방위지침 개정 협상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일본이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미국과 일본이 협상 중인 방위지침에 ▲일본이 평화헌법을 준수하고 ▲미·일 동맹의 틀을 유지하며 ▲한국의 국익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며 "그러나 방위지침에 그대로 명문화될지, 아니면 보도문 형태로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또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와 외교청서 등을 통한 일본의 영토 도발 문제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6월 말까지는 이란 핵협상을 최종 마무리하고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협상력을 총동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중동에 포커싱 된 이목을 다른곳으로 돌리기 위해 정상 회담등으로 국내 분위기를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달 말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에 대해서는 "워싱턴에서 큰 이슈로 주목되진 않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 의회에서 무역촉진권한법(TPA)이 거의 마무리 됐는데 이렇게 되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진도가 나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워싱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상반기 이내로 방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이때 한국이 TPP에 대해 어떻게 참여 할지 논의 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한·미나 한·미·일 외교 장관 회의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