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웃찾사’ VS ‘개그콘서트’, 무얼 봐야 웃음을 찾을 수 있나요?

2015-04-15 18:00

[사진 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퍽퍽한 삶에 지쳐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리고 싶은 때 사람들은 공개코미디를 찾는다. 시트콤 시장마저 전멸한 지금이라 시청자에게 또 다른 선택지는 없다. 개그맨들도 그것을 알아서였을까? 아니면 그들도 빠듯한 현실에 기운이 빠진 걸까? 예전만 못한 웃음에 위로 받을 곳을 잃은 시청자는 하릴없이 채널만 돌리게 됐다.

오랫동안 공개 코미디계의 절대 강자 자리를 차지했던 KBS2 ‘개그콘서트’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면 도전장을 받았다.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시작되는 ‘개그콘서트’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일요일 오후 8시45분으로 시간대를 옮기는 바람에 약 40분간 경쟁하게 됐다. 쫓아가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시청률이 조금만 상승해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요란을 떨고, 쫓기는 ‘개그콘서트’는 “운동화 끈을 고쳐매겠다”며 의지를 다지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만족할 만한 웃음을 찾을 수는 없다.

먼저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아무리 짓밟혀도 굳세게 자라나는 잡초 정신을 본받은 것일까? 첫 코너 ‘성호야’는 앞서 외모 비하로 질타를 받은 코너가 수두룩한데도 뚱뚱한 개그우먼의 뱃살을 움켜쥐며 웃음 소재로 삼는다. 더욱 슬픈 일은 못생긴 여자가 “지금 내 가슴 쳐다봤느냐”하면서 역정을 내면 남자가 “개똥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며 손에 닿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내던지며 인기를 얻은 tvN ‘코미디빅리그-썸&쌈’만큼 폭발력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역 연민정을 따라 한다며 눈을 부라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몰입가족’의 이은형이나 듣도 보도 못한 말투를 쓰며 “나는 사투리 마스터”라고 우기는 ‘신국제시장’의 정철욱은 다가올 일주일의 피로를 미리 부르는 능력을 지녔다. ‘행님아’의 김신영의 아류인 듯한 ‘막둥이’의 김현정, 유행어 만들기에만 급급해 보이는 ‘배우고싶어요’는 “다른 채널에서는 뭘 하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배가 고픈데 배가 나왔어요. 참 기묘하죠?” 식의 말장난 개그를 이어가는 ‘기묘한이야기’, 북한의 홈쇼핑을 상상해본 ‘모란봉 홈쇼핑’, 각박한 서울의 삶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서울의달’ 간간히 ‘육성 웃음’을 짓게 한다.
 

[사진 제공=KBS]

10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방송되는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웃은 횟수를 꼽는 데는 한쪽 손으로도 충분하다. 직장인의 애환을 달랜다며 ‘웃음의 면죄부’를 산 ‘렛잇비’, 하루하루 살이 빠지는 김수영을 감탄하기에 바쁜 ‘라스트헬스보이’, “사과 베어 물었는데 고춧가루 나온 적 있어 없어”라는 식의 시시껄렁한 일상으로 공감을 강요하는 ‘말해 yes or no’ 등 “우리는 웃기지 않아도 괜찮잖아”하는 코너가 즐비하게 이어진다.

대표 코너·간판 개그맨의 부제도 문제다. ‘10년후’ ‘은밀하게 연애하게’ ‘닭치고’ ‘렛잇비’은 꽤 오랜 시간 ‘개그콘서트’를 지켜왔음에도 파괴력 있는 한방이 부족해 대표 코너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신보라, 김준현 등 스타 개그맨이 ‘개그콘서트’를 이탈했지만, 그 자리를 메울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힘을 잃은 기존 세력과 호기롭지 않은 신흥 세력의 치열한 웃음 전쟁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얼마 남지 않은 공개 코미디 매니아까지 막장으로 평가받는 주말 드라마로 발길을 돌릴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