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유럽연합(EU)이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에 결국 반(反)독점 소송을 제소하기로 했다. 구글은 수년간 반독점 혐의를 받았으나 정식으로 소송이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 당국 집행위원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구글 제소에 관해 합의했으며 15일 정례 집행위원회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다. 구글이 제소되면 10주의 변론 준비 기간이 주어지며 최종 결정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EU의 구글 제소는 MS 반독점 소송 이후 최대 규모 소송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년 이상 끌었던 MS 반독점 소송은 2012년 MS가 EU에 18억달러(약 1조97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면서 마무리됐다. 재판관 역할까지 도맡는 EU 집행위가 구글에 유죄 판정을 내릴 경우 법률상 최고 연간 수입의 10%까지 벌금을 매길 수 있다. 구글이 패소하면 지난해 구글 매출 660억 달러(약 72조3000만원)의 10%인 최대 66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트래픽을 우회시켜 자사에 유리하게 하는 등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쟁업체로부터 콘텐츠를 가져오고 구글 검색 광고를 이용하는 광고주들이 경쟁업체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은 의혹도 제기됐다.

EU는 이번 소송에서 검색 엔진 분야 독점력을 활용해 구글 서비스를 키워온 데 대한 경쟁업체들의 불만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그동안 경쟁업체들은 구글이 여행, 쇼핑, 지도 등 검색 결과를 활용해 구글 온라인 서비스를 유리하게 운영했다고 비난해 왔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 회사들에 수익성 좋은 자사 앱 유튜브 등에 강요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EU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관한 공식 조사도 시작한다. 구글은 “EU의 이 같은 조치는 정치적”이라고 반발하며 “안드로이드는 개방적인 운영체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최근 5년 동안 구글의 독점행위를 조사해 왔다. 지난 2010년 영국 가격 비교 쇼핑 사이트인 파운뎀(Foundem)이 검색 광고 불공정 혐의로 구글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구글은 유럽에 80%의 광고 점유율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