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시작한 'IT와 제조업의 융합' 후발주자 일본이 앞서간다

2015-04-15 16:19

[구글이 개발중인 자율주행차(무인차)와 무인기 드론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IT업체 구글의 자율주행차(무인차) 개발 등 IT와 제조업의 융합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나, 후발 주자인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난 3월 ‘제조업 혁신 3.0전략’ 실행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나 각종 규제완화를 위한 법 개정 절차 등으로 속도가 더딘 반면, 일본은 IT와 제조업의 융합이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어 먼저 출발한 우리보다 앞서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5일 심의회를 열고 IT와 제조업을 융합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법을 정비하기 위한 보고서를 채택한다. 이 보고서를 기초로 개정이 필요한 법령과 규제를 완화해 이르면 가을에 열릴 국회에서 일괄적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일본 국회는 여당 자민당이 장악하고 있어 개정 법안 통과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혁신 3.0전략’은 IT와 SW를 융합해 신산업을 창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우리 제조업의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융합신산업 시범특구’를 도입해 자율주행차와 무인기 등 기존 법·제도와 충돌 우려가 있는 제품을 사전 검증하고,상용화 전에 사전정비를 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조치다.

이미 미국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제한적이지만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자율주행차와 무인기 기술 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근미래기술실증특구’를 신설한다.

그러나 우리는 융합신산업 시범특구에서 자율주행차와 무인기의 시험운행을 위해 필요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야 시험운행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되길 바라고 있으나 복잡한 국회 절차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또 이 법안이 통과돼 시험 운행이 시행된다 해도 상용화를 위해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 항공법 등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아직 갈길이 멀다. 

윤상직 산업자원부 장관도 올해 초 산업융합촉진법의 시범사업 조항을 활용해 무인항공기나 자율주행자동차 등 13대 산업엔진과 같은 융합 신제품의 안전성과 시장성을 검증하고 안전 우려 등으로 출시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해 신속한 환경 정비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정부관계자는 산업융합촉진법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제한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이를 활용해 자율주행차와 무인기 등 시범사업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우리가 일본에 앞서 정책을 수립해 놓고도 신속한 관련 법안 개정이 뒤따르지 못해 IT와 제조업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성장 산업을 선점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