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떠나는 박 대통령, '식물총리' 이완구 거취 결단 내릴까?

2015-04-15 15:50
'성완종 리스트' 강타, 시계제로' 정국 속 국정 올스톱…여권 내 '이완구 자진사퇴론' 확산에 청와대 출구전략 고심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출구가 안 보인다.’ 정치권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성완종 리스트’가 국정2인자인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 박근혜정부 핵심 인사들을 궁지로 몰아넣으면서 정권 최대 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허태열·김기춘·이병기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 핵심 측근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의 실명이 성 전 회장의 금품전달 메모에 등장, 여권에는 갈수록 불리한 쪽으로 꼬이고 있어 자칫하면 현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이 총리의 경우 지난 2013년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현금 3천만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육성 폭로에 이어 구체적인 돈 전달 정황에 대한 증언까지 나와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취임 두 달도 안된 이 총리의 사퇴론까지 확산되고 있어 박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순방(16~27일) 출국에 앞서 이 총리의 거취 등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총리의 사퇴론에 대해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기간이 9박12일로 긴만큼 국정공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정2인자인 이 총리가 적어도 현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외국 출장을 앞두고 총리가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그래선 안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만큼 “일단 수사를 지켜보자”는 기류다. 혐의가 확인된 것도 없는 상황에서 사퇴부터 거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러한 기류는 아직은 주장과 의혹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조금이라도 드러나야 총리 거취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가 현 시점에서 자진사퇴할 경우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고, 취임 두 달도 안 된 총리가 자진사퇴할 경우 국정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 총리는 ‘식물 총리’라는 오명을 쓰고 있고, 국정은 거의 올스톱 상태에 놓여 있다.

집권3년차인 박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인 오는 8월까지 핵심 국정과제인 각종 규제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4대 공공부문 개혁 가운데 노동 개혁·공무원 연금 개혁을 마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강조해왔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국이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시계제로’로 빠져들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국정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퍼져 있는 의혹을 서둘러 떨쳐 내는 게 관건이다.

박 대통령 순방 기간 이 총리가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 기류다.

‘성완종 리스트’가 사실상 2012년 박근혜후보 캠프 대선 자금 수사로 향하는 것도 청와대와 여권으로선 큰 부담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마당발'로 통했던 성 전 회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과 친분을 유지하려 애쓴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 온 비리척결 차원에서 검찰에 수사 확대를 주문할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야권 인사들에게까지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야권에선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물타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비리가 확인되면 측근도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단호히 처리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이 총리 혐의가 일정 수준 확인되면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뒤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