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지난해 필수 기계부품 베어링을 14년간 짬짜미한 국제카르텔 사건이 적발된 가운데 자동차용 베어링에서도 담합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자동차용 베어링의 납품가격 수준을 합의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로 셰플러코리아(독일 셰플러그룹 자회사)·제이텍트(일본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75억1100만원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자동차용 베어링의 담합품목은 더블테이퍼롤러베어링으로 분류되는 고가·대형 베어링 3개 품목이다. 해당 베어링은 현대·기아자동차, 현대파워텍에 납품되는 등 자동차 자동변속기 일부 모델(소나타·옵티마·그렌져)의 입출력 축에 사용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1년 5월 제이텍트와 셰플러코리아 임원들은 상호공조를 통한 점유율 50:50을 유지하는 등 생산량 조절을 기본 합의했다. 이들은 담합가격을 견적가격으로 제출하는 등 합의내용을 실행했고 대부분 실제가격에 반영한 것.

2001년 초 제이텍트의 단독 제품을 납품받아온 현대차 등 완성차 제조업체가 가격경쟁을 통한 비용절감 및 환율 리스크 감소를 위해 셰플러코리아에도 주문 넣자 베어링 담합이 시작된 셈이다.

담합 상품의 이익률을 보면 더블테이퍼롤러베어링은 기타 자동차 베어링 평균 이익률의 약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격인하계획 제출 전에는 구체적인 가격안을 해마다 교환하고 상호동의를 전제로 제출하거나 가격인하요구를 공동 거절해왔다.

담합가격 산출은 제이텍트가 엔화, 셰플러코리아가 원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환율과 운반비용·관세 등 부대비용을 감안해 결정했다.

이들의 담합은 2008년 6월까지 8년여간 이어져왔다. 특히 미국·유럽연합(EU)·일본·호주 등 전 세계 경쟁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으로 더블테이퍼롤러베어링 제재는 우리 공정위가 최초다.

신영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베어링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 시장이고 자동차 엔진 및 구동 파트에 사용되는 고품질의 베어링을 생산하는 토종기업이 없어 수입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시장”이라며 “우리나라 시장에 피해를 주는 국제카르텔 사건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시판·철강·소형직판용 베어링시장에서 담합한 한화·엔에스케이·제이텍트·후지코시·셰플러코리아 등 9개사가 7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