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기능조정안 윤곽…"설립목적 안 맞는 기능 조정"

2015-04-12 08:55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기능 조정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철도공사의 렌터카와 여행사업은 민간에 매각될 것으로 보이고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안전 관련 기능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기능도 보강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 이 같은 방향으로 공공기관 기능을 조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1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에 따라 주택·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문화·예술, 농림·수산 분야 등의 85개 공공기관 기능을 조정키로 했다.

기재부는 최종 방안을 내달 13일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정부가 중점을 두는 것은 SOC 분야로 LH, 도로공사, 철도공사 등 핵심 SOC 기관이 주요 대상이다.

철도공사에 대해선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의 렌터카와 국내·외 여행 사업부문을 민간에 매각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의 주요 원칙 중 하나는 민간과의 경합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민간 영역에 들어간 분야에서 공공부분은 빠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2017년에 물류 부분을 자회사로 독립시킨다는 계획 아래 최근 물류부분을 책임사업부제로 개편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독점해온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주택관리공단이 담당해 온 공공임대 주택 관리에 대해 민간 업체와 입찰 경쟁을 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도로공사와 수자원공사의 경우 안전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도로공사가 올 초 고속도로 재난 예방·대응을 위해 신설한 재난안전처의 기능과 인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수자원공사의 기능 조정안은 댐 안전과 수질 관리 기능에 예산과 인력이 보강되는 방향이다.

정부는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LH의 임대주택 분야 사업의 예산과 인력을 늘릴 것을 검토 중이다. 다만 공공 임대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 부채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농림·수산 분야에서는 자회사 통폐합보다는 일부 기능 재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의 일반적인 농업 및 식품과 관련한 교육·홍보 기능을 농정원으로 이관하는 게 유력하다. 그러나 기관별 고유한 내부 교육 기능은 살려두기로 했다.

지역 항만공사 자회사에 대한 통폐합은 검토 대상에 올랐다가 제외되는 양상이다.

선박 분야 공공기관과 관련해선 이미 해운조합에 소속된 운항관리자 관리가 오는 7월까지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의 경우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은 통폐합 대상에서 현재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원이 20∼30명에 불과한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들을 묶는 게 옳다는 판단이지만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우려해 주저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5일 조세재정연구원 주최의 '공공기관 기능조정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