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왜 생명 위협 없었는데 조준 사격했나”…‘총격사건’ 의문점 여전
2015-04-10 11:25
힐러리 “너무 익숙하면서도 가슴 아픈 사건”…‘퍼거슨 사건’과는 다른 양상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발생한 비무장 흑인 ‘등 뒤 총격’ 사건의 진실 밝혀졌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은 여전하다고 미 외신들은 9일(현지시간) 전했다.
NBC 방송에 따르면 당시 사건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공개한 페이딘 산타나(23)는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백인 경관인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의 주장과 달리 스콧은 테이저건(전기충격 총)으로 슬레이저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새로 공개된 4분짜리 순찰차 카메라 영상에 슬레이저와 희생자 월터 라머 스콧(50)이 몇 마디 주고받는 모습이 찍혔다. 물리적 충돌은 물론 언쟁하는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해당 매체는 슬레이저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는데도 왜 조준사격을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8발을 연속 발사할 정도의 살해 동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의문점과 함께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차기 대선주자들도 이에 가세했다.
당국이 슬레이저를 즉각 살인 혐의로 구속·기속하고 경찰의 몸에 부착하는 ‘보디캠’ 도입 확대 약속을 하는 등 발 빠른 수습에 나섰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는 비난 여론을 감지한 행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너무나 익숙한 사건’이라는 표현으로 백인경관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자주 발생해왔던 점을 강조했다.
공화당 잠룡인 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도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인터뷰에서 “(백인경관의 총격 살해) 동영상을 보고 경악했다. 길거리에서 저런 식의 ‘처형’(execution)이 일어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고,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역시 “끔찍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희생자 스콧을 애도하고 슬레이저를 규탄하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 시위도 계속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노스찰스턴 지부의 도트 스콧 회장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이 없었다면 슬레이저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며 “피상적인 수사를 통해 (정당방위였다는) 슬레이저의 주장이 진실로 둔갑하고 스콧이 범죄자로 묘사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스콧 회장은 이어 “이번 사건 때문에 흑인들은 ‘백인 경관이 피부 색깔에 관계없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갖지 못하게 됐고 더 불신을 하게 됐다”고 성토했다.
이번 사건과 지난해 8월 발생한 ‘퍼거슨 사건’이 백인 경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 총격 사망 사건이라점에서 공통점으로 묶이지만 두 사건은 다소 다른 양상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퍼거슨 사건과는 달리 이번엔 ‘명백한 증거’가 제시돼 경찰당국이 슬레이저를 살인혐의로 즉각 구속기소해 시위가 아직 크게 확산되지 않은 분위기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지만 향후 수사과정에서 여론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거나 수사가 미진할 경우 사태는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