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전망치 안팎에서 하향…정부 나 홀로 "장밋빛"
2015-04-09 15:57
한은, 올해 성장률 3.4→3.1% 하향 조정
경제연구소 하향 관측에 해외투자은행 2%대 전망도 속속
기재부 "주요 지표 반등, 경기 회복 개선세" 전망치 유지
"낙관 전망이 대규모 세수 펑크 부를 수 있어" 우려도
경제연구소 하향 관측에 해외투자은행 2%대 전망도 속속
기재부 "주요 지표 반등, 경기 회복 개선세" 전망치 유지
"낙관 전망이 대규모 세수 펑크 부를 수 있어" 우려도
아주경제 박선미·노승길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경제연구소들 역시 성장률을 낮춰 잡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해외에서는 2%대 전망까지 속속 등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나 홀로 낙관론'을 펼치며 전망률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정부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또 다시 대규모 세수 펑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느긋하게 바라본 경상성장률을 전제로 얼만큼의 국세수입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에 미치지 못해 국세 수입이 크게 모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9일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4%에서 3%로 내려 잡았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KDI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3.8%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으나 이미 3.5%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기존 3.7%에서 3% 초반대로 하향 조정할 예정으로 특히 금융연은 2%대로 하락할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6월 수정 전망 발표를 앞두고 경기 흐름을 점검하고 있는 현대경제연구원도 3.6%였던 기존 전망치를 더 내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산업활동동향, 수출 등 1분기 경제지표가 좋지 않아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세에서 이탈한 것은 아니지만 회복 속도가 무척 미약하다"고 말했다.
◆ 수출 부진에 소비 심리 침체…해외에선 2%대 전망도 속속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 역시 국내와 다를 바 없다. 글로벌 환율 전쟁으로 수출이 부진한 데다 소비 심리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 34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3.30%로 집계됐다.
올해 초만 해도 평균 3.50%였으나 2월 중순 3.40%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말에 3.30%로 다시 내려갔다.
특히 2%대 성장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이다.
노무라증권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내렸으며 BNP파리바(2.70%)와 IHS이코노믹스(2.90%)도 최근 2%대로 예상치를 낮춰 잡았다.
이외에 JP모건(3.00%)과 씨티그룹(3.10%),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3.10%) 등도 3% 초반대까지 한국 GDP 예상치를 내렸다.
◆ 정부 나 홀로 '장밋빛'…대규모 세수펑크 우려
정부는 고용증가세 확대, 산업생산 반등 등 주요지표 개선을 근거로 우리 경제가 개선세에 있다고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8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설 이동효과 등 일시적 요인으로 주춤했던 산업생산이 반등하는 등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같은 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산업 생산 등 주요 지표들이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재개되고 있다"며 "주택·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의 개선세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회복 흐름이 재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3.8%를 제시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이 같은 개선세를 이유로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적 시각은 대규모 세수펑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상성장률 6.5%를 전제로 국세수입이 216조5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성장률 전망을 4.3%로 낮춰 10조9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펑크를 기록했다.
2013년 역시 6.9%를 예상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4.3%에 그쳤고 8조5000억원의 세수결손을 불렀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세입을 지나치게 많이 잡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고질적으로 낙관적 경제전망을 해서 벌어지는 일인데, 경제전망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결손은 정부가 예산 편성 시 경제성장률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세수입을 과대 추정하고,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낮아져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