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실효성 의문..."기본 구조는 바뀐게 없어"

2015-04-08 17:18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정부가 민간투자를 활용한 1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건설업계는 실효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이다. 기존 민간투자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손실위험이 사라지지 않은데다 발주 전 수요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8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정책은 위험분담형(BTO-rs)과 손익공유형(BTO-a) 사업 방식을 도입해 항만, 철도, 환경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민간 투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손실 위험을 낮춰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새로 제시한 민간투자 방식은 'BTO-rs'와 'BTO-a'로 기존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과 비교해 정부가 사업의 위험(Risk)을 더 떠안는 형태다. 고위험·고수익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선호하는 형태로 바뀌는 민간투자 패턴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존의 민자사업이 기대 수익에 비해 위험이 커 민간의 참여가 저조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가 2009년 폐지되면서 BTO는 기업 위험이 극대화된 반면 BTL(Build-Transfer-Lease)은 위험이 전무한 상황이 됐다.

BTL은 민간이 공공시설을 건설하면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업체에 시설 임대료와 운영비를 지급하는 구조로, 사업 위험을 정부가 부담한다. BTO는 민간이 건설한 공공시설에 대해 정부가 소유권만 가져 운영을 통한 손실 위험은 민간이 안게 된다.

반면 BTO-rs는 정부와 민간이 시설투자비와 운영비를 절반씩 부담하되 이익과 손실도 50대 50으로 나눈다. BTO-a는 정부가 시설투자비와 운영비 등 최소사업운영비(시설투자비 70%)를 부담해 사업 위험을 줄이되 초과이익 발생시 이를 공유하는 구조다.

정부는 경인고속도로의 서인천~신월나들목 구간 지하도로화 및 서울 경전철 사업 등에 새로운 방식의 민간투자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안정성이 높아져 원론적으로는 금융투자자들을 끌어들이 게 보다 용이해졌다는 데 일단 공감했다. 다만 당장에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SOC의 경우 초기 사업자금 규모가 워낙 커 수익성을 꼼꼼히 따지는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쉽지 않는데 이를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수요 예측 불확실성 등이 상존하고 기존 BTO 방식에서 기본 구조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철도와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을 예로 들어 발주 전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9호선 연장선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24만명으로 예측됐다. 이는 실제 이용객(38만명)보다 14만명이나 적은 수치로 현재 '지옥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인천공항철도는 2007년 개통 첫 해에 수요를 하루 21만명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6.3%인 1만3000명에 그쳤다. 2013년 기준 수송인원도 당초 계획(연 1억9500만명)의 29.5%(연 5760만명)에 불과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은 현실성이 부족하고, 부속 지원도 미진하다"며 "고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민간 입장에서 사업성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도록 정확한 수요 예측 분석 결과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