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도 도발 프레임'에 갇힌 외교부… '단호한 대처' 외교 한계 봉착

2015-04-07 05:00
일본, 매년 교과서 검정·외교청서 발표로 '독도·과거사' 주장 넓혀가
우리 외교부, 말로만 "단호한 대응" 구체적인 요구나 행동없어 '입씨름만'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외교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대해 일본 대사를 초치하고 외교부 대변인 명의 반박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는 '단호한 외교'에 한계가 왔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교과서 검정이나 외교청서 발표등을 통해 연례적으로 독도와 과거사에 대한 도발을 감행하면서 거짓 주장을 퍼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가 이에대한 마땅한 대응 프레임을 만들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대해 외교부가 표명하는 '단호한 외교'에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사진=경상북도 제공]


한일 외교 관계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우리가 일본 외교의 도발 프레임에 갇혔다"는 지적과 함께 "일본의 도발 프레임을 깰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일본과 미국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외교부의 말뿐인 "단호한 대처" 한계 봉착

정부는 6일 일본이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항의하면서 한일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의 교과서 검정결과와 관련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과 그에 기초한 영토관을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에 지속 주입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일본이 이웃국가로서 신뢰를 받으면서 책임있는 역할을 할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난해 1월28일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에 이어 2010년보다 독도에 대한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인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을 당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힌 것 보다는 한층 차분한 어조였다.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로 초치돼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된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에 대해 조태용 제1차관으로부터 정부의 공식 입장을 듣고 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이어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데 대해 "독도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재론의 여지없이 명명백백히 우리 고유의 영토"라면서 "일본 정부가 역사퇴행적 자세를 버리고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이 매년 똑같은 형태의 항의로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전문가는 "매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항의 성명과 일본 대사 초치로는 일본의 독도 도발 프레임을 깰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일본의 독도·역사 도발, 구체적 대응 필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왼쪽부터), 윤병세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제7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일본의 연속적인 도발 행보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21일 한일 양자 회담에서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양국 간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지 불과 16일 만에 이뤄진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일본 정부는 정부 당국자간 합의와는 별개로 매년 조금씩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우리 외교의 '말로만 단호한 대처'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도발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매듭을 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못지않게 민감한 독도에 대한 일본 측의 도발로 국내 대일 여론이 극도로 악화할 가능성도 커보인다. 대일 여론이 악화하면 할수록 양국 간 관계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운신 폭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정상화 50주년과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양국관계 정상화 기대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평가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독도살리기 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유대길 기자]


익명을 요구한 민간외교연구소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본과의 독도·위안부·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국가로서 신뢰', '책임있는 역할' 등의 추상적인 발언으로 외교적 대책을 갈음하려는 것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상을 원한다든지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어떻게 수정을 원한다는지 명백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전 세계의 역사 교과서를 모두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일본에 '이 문제를 왜 이렇게 쓰느냐'하고 들이 밀어야지 이런 구체적인 작업이 없이 말로만 단호한 대응은 일본의 역사 왜곡 프레임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미국 조야에서도 한국 피로감이 감지된다는 지적은 우리 외교부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이 전문가는 "워싱턴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의 종전 50주년 담화(무라야마담화)가 있고 종전 60주년인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담화에도 포함됐는데 한국정부가 구체적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면서 "일본 로비스트들이 '한국정부는 아무리 해줘도 만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먹히는 것" 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