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세 확장에 포스코 ‘현대가’ 매출 비중 5년새 절반 뚝
2015-04-06 14:19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제철에서 비롯된 철강업계 지각변동의 여파로 포스코 등 주요 철강업체들의 핵심 고객 명단에서 '범 현대가 이탈'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범 현대가의 막대한 구매력을 배경으로 현대제철이 빠르게 세를 확장한데 따른 것이다. 현대하이스코 인수와 더불어 기 추진중인 특수강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현대제철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며, 범 현대가의 현대제철 제품 구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포스코와 동국제철, 세아특수강 등의 범 현대가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6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 등 상위 철강업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전체 총 매출액에서 현대중공업그룹(미포조선 및 삼호중공업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3.8%, 현대자동차그룹은 2.0%로 현대가 매출 비중은 5.8%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주요 매출처를 처음 공개한 지난 2009년 범 현대가 매출 비중은 10.6%(현대중공업그룹 4.6%, 현대하이스코 3.1%, 현대자동차그룹 2.9%)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포스코의 범 현대가 비중은 2010년 현대제철이 고로를 가동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그해에는 8.0% → 2011년 10.0% → 2012년 7.0% → 2013년 6.0%에서 지난해에는 5% 벽도 무너졌다.
매출 비중 감소의 최대 원인은 현대차그룹의 이탈에서 비롯됐다. 현대제철이 고로를 가동하면서 열연강판을 구매해왔던 현대하이스코가 거래선을 전환한데 이어 현대차그룹도 현대제철 및 현대하이스코의 강판 구매량을 늘리면서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포스코는 현대차 매출 비중을 3.0%대는 가까스로 유지해왔으나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을 인수한 지난해에는 이 마저도 버티지 못한채 비중이 줄었다. 올해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이 예정돼 있어 2.0%대 비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다.
동국제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9년 회사의 주요 매출처는 STX조선해양(8.0%), 현대중공업(7.0%), 대우조선해양(6.1%) 등 조선 3사가 차지했다. 3사의 매출 비중은 21.1%였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제철로 후판 구매를 전환한 2013년부터 동국제강의 주요 매출처 명단에서 현대중공업의 이름은 빠졌다. 2012년부터 대한금속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대형 고객이었던 STX조선해양이 부활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이 6.7%, 대한금속 6.0%, STX조선해양 4.6%의 비중을 기록했으나 3개 핵심 매출처 비중은 17.3%로 감소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철강제품 등을 가공해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 삼우의 매출 비중이 4.8%를 기록했다. 삼우는 냉연부문 이관 이전 현대하이스코로부터 물량을 받아 현대차그룹에 납품했던 기업으로, 지난해부터 현대제철과 직접 거래를 하고 있다. 삼우 물량은 사실상 현대차그룹과의 거래물량으로 봐도 무방하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부문 이관 이전인 2013년 현대차그룹 물량은 4.0%였으나 지난해에는 2.2%로 감소했다. 하지만 냉연 부문 매출액이 상당했던 만큼 금액 면에서는 사실상 훨씬 큰 비중으로 떨어졌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와의 회사 대 회사간 통합을 검토중이다. 따라서 현대제철과 현대차그룹의 거래 규모는 합병 후에 보다 명확히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비중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미 범 현대가의 엄청난 철강 구매력을 배경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제철을 생존의 불안요소로 간주하고, 범 현대가 기업의 이탈을 메울 신규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철강제품 공급과잉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수요산업 업황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영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특수강 사업까지 궤도에 오를 경우 현대제철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포스코와 동국제강, 세아 등 대형 업체는 물론 중견업체도 새로운 매출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