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올드보이들의 귀환

2015-03-31 14:36
김용환ㆍ황영기ㆍ조준희ㆍ김석동ㆍ최영휘 등 속속 현장 복귀

▲ (왼쪽부터)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내정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조준희 YTN 사장[사진]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권을 잠시 떠났던 올드보이들이 속속 현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던 금융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시 중용되고 있다.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은 최근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다음달 24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 결과가 나오면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김 전 행장이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지난해 2월 수출입은행장 임기를 마친 지 1년 만이다. 김 전 행장은 은행·증권·보험 분야의 금융정책과 감독, 금융현장을 두루 섭렵한 관료 출신 금융인이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업무 추진에서 관료답지 않은 유연성을 발휘했고, 임직원·기업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랐던 황영기 전 회장도 지난 1월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되며 금융권에 복귀했다. 황 협회장이 금융권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2009년 9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KB금융 회장직을 떠난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증권가로의 복귀는 지난 2004년 삼성증권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11년 만이다. 황 회장은 은행권에 있을 당시 검투사, 글래디에이터 등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강행하는 등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은 금융사가 아닌 언론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전 행장은 최근 YTN 사장으로 선임됐다. 1954년생인 조준희 사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1980년 기업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도쿄지점장, 종합기획부장, 개인고객본부장, 수석부행장 등을 거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3대 은행장을 지냈다.

사외이사로 현장으로 돌아오는 금융인들도 있다.

당초 유력한 농협금융 차기 회장 중 한명으로 꼽혔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3년 2월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 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행정공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2011년 1월부터 2년여 동안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신한은행의 창립 멤버이자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에 이어 2인자였던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도 KB금융의 사외이사로 현장에 복귀했다. 특히 지난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동시에 이사회 의장으로 발탁됐다. 국내 금융권에서 경쟁업체의 CEO 출신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금융사의 CEO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일단 능력은 검증됐다는 것이고, 더불어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등도 풍부하다는 의미"라며 "금융사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금융업계 출신 CEO들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