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비밀리 싱가포르 방문한 이유
2015-03-25 15:04
중국 지도자와 어색한 만남 피하기 위함
마 총통은 24일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해 리콴유 전 총리 시신이 안치된 이스타나 대통령궁 총리공관에서 30분 가량 머물며 조문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25일 보도했다.
이날 조문 자리에는 첸푸(錢復) 대만 전 외교부장과 후웨이전(胡爲眞) 주 싱가포르 대만대표부 대표 등이 동행했다. 조문을 마친 마 총통은 이날 밤 늦게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언론들은 마 총통이 리 전 총리의 아들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초청을 받아 가족 추모식에 참석한 것이라며 마 총통과 리 전 총리 일가는 양대에 걸쳐 30여년간 알고 지낸 사이라고 설명했다.
대만문화대 뉴쩌쉰(钮则勳) 교수는 "마 총통이 서둘러 싱가포르를 방문해 조문한 것은 오는 29일 국장에서 중국 지도자와의 만남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남의 초상집'에서 국공(국민당과 공산당) 지도자가 마주치는 것을 외신들이 부각해 보도한다면 이는 리콴유 전 총리 일가나 싱가포르 정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본래 마 총통의 조문을 대만과 싱가포르 당국은 사전에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과 싱가포르는 공식 수교를 맺은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마 총통의 조문은 결국 언론에 노출됐다.
이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리 전 총리가 생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일관되게 견지한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우리는 싱가포르가 이 원칙에 따라 대만 관련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9일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거행되는 리콴유 전 총리의 국장에 각국 지도자의 조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이 이미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리콴유 전 총리 국장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중국 지도자도 국장에 참석한다. 앞서 23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지도자들이 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싱가포르를 방문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적 관례를 깨고 파격적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직접 조문할 수 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