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김효주, ‘골프규칙 지식도 기량 못지않게 세계 정상급’
2015-03-24 11:04
미국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 정연한 논리로 어필…다만, 선수와 캐디의 영어 구사 능력은 급선무
김효주(롯데)가 23일 끝난 미국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해 세계 골프계에 다시한번 그 이름을 각인했다. 최종일 우승을 다툰 상대는 왕년의 세계랭킹 1위였다가 지금은 랭킹 3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였기에 그의 우승은 더 빛났다.
지난해 투어 非멤버로서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였으니, 김효주의 골프기량은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이번주 세계랭킹 4위에 오른 것에서 보듯 그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임에 틀림없다.
그의 티샷이 큰 나무 옆에 멈췄다.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샷을 할 때 나무가 방해가 되는 상황이다. 풀 스윙은 못하고 레이업으로 볼을 쳐낼 정도였다.
하필 그 나무 위에 벌집이 있었다. 볼이 있는 곳에서는 10m 정도 떨어진 듯했으나 벌집은 확실했다.
다만, 벌이 플레이를 하는데 위험을 줄 정도여야 한다. 또 벌 이외에 다른 것에 의한 스트로크 방해가 없어야 한다.
경기위원은 벌집이 볼에서 멀리 떨어져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데다, 설혹 위험하다고 해도 김효주의 볼은 나무에 의해 방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던지 구제를 허용하지 않았다.
김효주는 몇 차례 경기위원에게 어필한 후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자리에서 페어웨이로 레이업을 했다. 그 홀 스코어는 보기.
올해 투어에 공식 데뷔한 ‘신인’ 김효주가 경기위원에게 어필하는 모습은 당당해 보였다. 조금이라도 규칙에 이의가 있을 경우 경기위원의 도움을 받는 것은 선수들의 권리다. 당시 루이스와 1타차의 승부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 상황은 골프규칙 재정 1-4/10 후반부에 잘 나와있다. ‘위험한 상황 이외의 다른 것에 의한 방해가 분명히 스트로크를 실행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 플레이어는 구제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김효주는 이것까지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경기위원에게 “스윙을 하다가 클럽이 나무를 치면서 그 충격으로 벌이 놀라 날아와 쏘일 수 있다”는 논리를 들이댔다.
방해가 되는 나무를 그대로 두고 스윙했다가 나무를 맞혀 나무가 흔들리면 벌이 날아올 수 있는 위험상황을 얘기한 것이다. 경기위원은 김효주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김효주의 독특한 논리에 속으로 놀랐을 법하다.
‘옥에 티’는 김효주가 경기위원의 판정에 곧 승복하지 않고 3분 이상 이의를 제기한 점이다. 경기위원이 재량껏 판정했는데도, 3분 이상 따진 것은 과히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다.
또 한가지. 김효주의 캐디는 한국인이고 그 역시 영어가 능통하지 못했다. 위 상황에서는 갤러리인지 자원봉사자인지 모를 한인이 따라다니며 경기위원과 김효주 사이에서 통역을 해줬다.
김효주가 미국LPGA투어에서 뛰다 보면 10번홀과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 때 영어가 안돼 불이익을 받는다면 안 될 일이다. 본인이 영어를 빨리 습득할 수 없다면, 영어를 잘 하는 캐디를 고용하는 것이 불이익을 미연에 막는 길이다. 그 옆에 항상 통역이 따라다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