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순 선발 뉴욕 특목고, 아시아계 대거 합격…일각서 인종다양성 불만 표출

2015-03-18 11:24
“인종 다양성 반영해 뽑아야” vs “저소득 아시아계학생에게 기회 뺏는 것”

[사진=뉴욕타임스 기사화면 캡쳐]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오로지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미국 내 공립 특수목적고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대거 입학한 데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인종 다양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뉴욕의 8개 명문 특목고 신입생 5103명 중 아시아계 학생이 52%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인 학생은 28%, 히스패닉계는 7%, 흑인은 5%에 그쳤다. 이 8개 특목고는 입학시험(SHSAT) 성적만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특히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특목고 스타이브슨트 전체 신입생(953명) 중 흑인은 고작 10명에 그쳤다. 이 학교 재학생 중 아시아계 학생은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백인은 22%,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비율은 합쳐서 3%에 불과하다. 백인 학생이 80% 이상이었던 1970년대와는 상반된 현상이다.

이처럼 특목고 신입생 비율이 아시아계로 쏠리자 뉴욕시 교육당국 내에서 “선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흑인, 히스패닉계는 물론 심지어 백인 학생들의 진입 기회가 박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뉴욕시 교육감 카르멘 파리냐는 최근 성명에서 “뉴욕에 있는 특수목적고도 뉴욕 인구의 인종 다양성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선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빌 더블라지오 시장도 찬성했다.

뉴욕 주는 1971년부터 주법에 따라 특목고의 경우 입학시험 성적만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왔다. 뉴욕 시는 지난해부터 기존 입학시험 성적뿐 아니라 내신(학교성적), 출석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 아시아계 학생에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로 스타이브슨트 학교의 경우 재학생의 절반가량이 급식 지원을 받을 정도로 저소득층 출신이다. 이 학교는 연간 4만 달러를 내야 하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이 덕분에 저소득층 아시아계 학생을 비롯한 재학생 4명 가운데 1명꼴로 하버드대학 등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학에 진학, 일종의 신분상승 기회를 얻게 된다.